손을 바라보며

윤기묵(1961~  )

노동하는 손이란 그런 거다
처음에는 손가락의 작은 상처에도 마음 상하다가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이 조금은 창피하다가
굳은살 박인 손바닥이 왠지 남의 손 같다가
주먹 불끈 쥐면 저도 모르게 자신감도 생기다가
시리고 터져도 장갑 안 낀 맨손이 더 편해지는 거다
그 손을 자랑스러워하는 세상의 자식들은
염습할 때 정성스럽게 두 손 꼭 감싸주는 거다

 

[시평]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손을 쓰는 동물이다. 손을 씀으로 해서 연장을 다룰 수가 있고, 그래서 오늘과 같이 높은 문명을 이룩했다고 한다. 손은 그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손이 소중하고 또 귀중한 것은 다만 손이기 때문이 아니다. 손이 소중하고 귀중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손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손을 지녔다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며 축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손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내린 축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 ‘일’을, 손으로 하는 그 ‘일’을 천한 자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일반이다. 이러한 일에 관한 관념은 지난 시절이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다. 그래서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이 조금은 창피하다가, 또는 굳은살 박인 손바닥이 왠지 남의 손 같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손은 자랑스러운 손이다. 일로 인해 상처가 나고 굳은살이 박이고, 시리고 터진 손. 그 손은 우리 삶을 진정한 삶으로 이끌고 또 만들어준 너무나도 소중하고 또 귀중한 손이 아닐 수 없다. 더더구나 그 손이 평생 자식들을 위하여 일을 해온 그 손이라면, 그 손은 진실로 자랑스러운 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의 자식들 어버이의 그 손을 바라보며, 정성스레 두 손을 감싸는 것이다. 어버이 마지막 가는 그 길에, 꼭꼭 감싸 그 슬픔, 그 아픔 정성스레 염습 하는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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