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3번째 사극 드라마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1차 포스터

 

[뉴스천지=서영은 기자]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제작보고회가 23일 오전 11시 숙명여대 제2캠퍼스에서 열렸다.

1592년 임진왜란 직전 조선의 혼돈과 광기시대를 담아낸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어지러운 세상을 뒤엎고 스스로 왕이 되려하는 이몽학(차승원)과 그를 막고자 하는 맹인 황정학(황정민)의 대결을 그려낸 이준익 감독의 세 번째 사극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2003년 영화 <황산벌>과 2005년 <왕의 남자>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은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5년의 기다림 끝에 만들어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이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 중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제작보고회를 통해 이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나에게 이것이 약이기도 하지만 독이라고도 생각했다”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에 대한 노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왕의남자는 연극을 통해 봤기 때문에 장면들이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하지만 만화는 언제든 펴볼 수 있어 그 기억이 고정된다”며 “일단 만화에 대한 이미지를 배제하고 재 구성해 영화를 만들고자 했는데도 만화 이미지가 떠올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만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을 감독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를 새롭게 구현하는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는 기축옥사와 임진왜란으로 역사의 암흑기라 불리던 16세기 선조 시대를 배경으로 혼돈의 소용돌이를 관통해 간 네 인물의 광활한 서사를 통해 더욱 풍성한 사극 드라마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 이준익 감독의 3번째 사극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제작보고회가 23일 11시 숙명여대 제2창학 캠퍼스에서 열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배우 황정민, 차승원, 한지혜, 백성현. (사진제공: 영화사 하늘)

 

이번 작품을 통해 맹인 역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황정민은 “액션은 어렵지 않았는데 맹인연기가 부담됐다. 진짜 맹인이 아니라 흉내를 내야 하는 거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해서 맹인 학교 수업도 참가했는데 역시 어려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황정민이 맡은 맹인 검객 황정학은 예리한 통찰력과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검객으로 조선시대의 혼란을 멈추려는 의지를 가진 자다. 한때 동지였던 이몽학이 나라의 왕이 되고자 야망을 키우며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그를 멈추게 하기 위해 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자들을 처절히 죽이며 야망을 키워가는 이몽학 역을 맡은 차승원은 극 중 사랑하는 여인마저 버리는 잔인한 인물을 연기했다. 배우 본인과 이몽학이 닮은 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승원은 “나라의 큰일을 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는 역할인데, 나는 큰일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진 않는다”고 말해 제작보고회 참여한 여성 팬들의 환호를 얻었다.

세상을 향한 울분에 가득 찬 세도가의 서자 견자역을 맡은 백성현은 오랜 아역 활동을 통해 다져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번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견자(백성현)는 아버지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이몽학에게 분노를 갖게 됐다. 이후에는 자신이 처음 사랑한 백지(한지혜)마저 이몽학의 여자란 사실에 복수를 결심하고, 이몽학의 칼에 찔려 죽을 뻔 했던 자신을 구해준 황정학을 스승으로 삼아 이몽학에 대한 열등감과 복수심을 키워간다.

백성현은 “감독님의 전 작품에서 배우들이 너무 잘해줘서 부담이 될 때마다 대본을 다시 보며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며 “대선배들과 함께 한 작품이라 부담도 됐지만 견자의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던 건 나를 믿고 도와준 선배들 때문”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준익 감독의 3번째 사극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제2의 왕의남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관객들의 기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이 감독은 사극 작품을 통해 사회·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감독은 다른 나라 사극 영화들을 예로 들어 “사극을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해외를 나가도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는 많이 볼 수 있지만 한국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사극들은 흔치 않다”며 사극에 대한 꿈을 키워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들여다 볼 통로가 없어 사극에 집착하게 됐다. 사극 속에서는 개인을 이야기하기보단 그 시대의 사회성과 역사를 볼 수 있게 한다. 사극 안의 왕과 그 안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 그 시대 가장 밑바닥에 있는 개인이라는 존재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것이 사극”이라며 “그래서 때론 사회·정치적인 것이 담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극을 잘 찍고 사극을 잘 만드는 나라가 문화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극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세상을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대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오는 4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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