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임진웅이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창기, 팀의 리더이자 이과생
머리는 차갑지만 마음 따뜻”

실제 김창기씨 공연 보고
“더 나쁘게 해라” 조언 던져

두 시간 넘게 퇴장 없어
매번 새로운 호흡 기다려져

“첫 공연 때 관객과 함께 울어
삶 돌이켜 볼 수 있는 작품”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싱어송라이터 고(故) 김광석과 함께 한 그룹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1988년 김광석과 동물원 멤버들의 첫 만남부터 이들 사이의 갈등,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에피소드와 감성을 자극하는 넘버가 만나 지난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극은 ‘창기’의 해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때문에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창기’ 역을 맡은 배우는 무대를 떠나지 않은 채 많은 분량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시즌1때부터 ‘창기’ 역을 맡아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감동을 선사한 배우 임진웅을 만나 작품과 ‘창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기’는 ‘동물원’의 형성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을 했고 사실 팀의 리더였어요. ‘동물원’의 히트곡 중 ‘창기’가 작사·작곡한 곡이 많아요. 왜 리더가 됐는지 안 물어봤네요. ‘창기’는 이과다 보니 이성적이고 계산이 빠름에도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쓰는 깊은 정서를 갖고 있는 특징이 있죠. 마음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갑다고 할까요.”

▲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프레스콜에서 임진웅, 최승열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저녁 8시 공연을 앞둔 임진웅은 ‘창기’ 분장을 하고 옷을 입은 채로 기자를 맞았다. 주름을 짙게 그렸지만 그의 동안 얼굴은 숨길 수 없었다.

‘창기’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하자 그는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팀 내에서 갈등이 있을 때도 결단하고 직언하는 역을 했다”며 “작품으로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실제 (김)창기 형도 뮤지컬을 보시고 많이 우셨다고 들었다. 그 시절의 아쉬움이 세월을 살다 보니 아련하게 다가온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캐스팅된 뒤 그는 실존 인물인 김창기 씨를 만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다. 임진웅은 “습관이나 제스처를 참고하려고 만나고자 했으나 불발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제가 생각하고 연출한 김창기가 만들어졌다. 시즌1 개막 후 공연을 보신 창기 형이 ‘더 나쁘게 해야 나랑 비슷해’라고 말했다. 몇 번 보시고 마지막 공연 때는 딸과 함께 보시고 흐뭇해 하셨다”고 회상했다.

“‘창기’ 역을 계속 맡은 이유요? 잘해서(웃음)? 이 대본을 받고 내가 ‘그 친구(김광석)’ 역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했어요. 인지도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이유에 있어서 하지 못했죠. 사실 처음에는 공연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해설자와 겸하다 보니 무대에서 두 시간 넘게 퇴장도 없이 관객과 호흡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공연을 올리고 나니 관객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 관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기 때문에 ‘이번엔 어떤 호흡이 될까’ 하고 기대하기 시작했죠.”

그는 첫 공연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임진웅은 “저도 울고 관객들도 울었던 것 같다. 단순히 첫 공연을 했다는 것보다 각자의 나이에 맞게 살아오면서 삶을 객관적으로 돌이켜 볼 수 있는 공연이기 때문”이라며 “대사나 작품의 정서에서 일반적인 슬픔이 아니라 추억을 떠올리면서 웃기도 하고 가슴 한켠의 아림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한 공간에 같이 피어났다”고 밝혔다.

▲ 지난 1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임진웅이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공연에서 그는 수준급의 기타실력을 뽐내며 동시에 노래도 소화한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쳐왔던 그지만 여전히 부담을 느낀다. 임진웅은 “사실 작품에서 광석과 같이 합주할 때도 있지만 혼자 치는 곡도 많다. 기타연주와 노래는 오랜 시간 해왔으니까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라며 “합주할 때 혼자 일렉기타로 애드립하는 부분이 있는데 통기타 연주자에게 일렉기타 솔로는 로망이면서 부담이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 여름, 동물원’의 관객층은 10대부터 60대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그만큼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팬이 있냐고 묻자 임진웅은 “시즌1때 50대 중후반이신 여성분이신데 공연을 보시고 제 팬이 되셨다며 적극적으로 선물도 주시고 사인도 받으셨다. 어느 날 옆에 젊은 여자분과 함께 오셔서 딸이라며 딸한테 저를 소개해주셨다”며 “시즌1을 마치고 여러 지방을 다녔는데 그곳까지 오셨고, 이후 ‘그 친구’ 역을 맡은 최승렬 군이랑 김광석 노래를 가지고 콘서트를 했는데 거기에도 오셨다. 다른 연극을 할 때도 오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은 어디 가도 따라갈 거라고 하셨다. 굉장히 밝은 분이라 그분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졌다”며 “순간이라도, 정말 짧은 찰나라도 무대에서 혼신을 다해서 노래하고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모르는 곳곳에서 나를 보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있으니 그냥 흉내 내거나 거짓감정으로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에서는 ‘그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서 연락할 수 없지만 우리는 하늘나라에 가지 않아도 친구와 연락이 뜸하거나 끊기고, 안 보고 살기도 하잖아요. ‘너도 힘들지. 나도 힘들지’ 하는 것 같아서 보고 나면 각자 잊었던 그 사람을 생각할 기회의 시간을 주는 공연인 것 같아요. 그 사람하고의 추억이 없어지거나 잊히는 것은 안듯 소중한 사람, 기억 시간이 작품을 통해서 다시 생기고 마음이 샘솟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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