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이 사라진 새누리당은 친박-비박 간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선출됐지만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 쌍방이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비박계에서 비대위원장을 추천하도록 공언했던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동의하지 않는 비대위원장은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비박계는 ‘전권(全權) 비대위원장’을 요구하면서, 19일 유승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지 않으면 분당도 불사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을 ‘당내 분란의 씨앗’으로 지목하고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신임 정우택 원내대표는 취임 초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칫하면 비박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당 내분을 잘 조정해나가야 하고, 또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권 3당과의 원내 운영도 원만히 이끌어야 할 입장이다. 그러함에도 비박계와의 의견 조정은 쉽지 않을 뿐더러 야당에서도 따돌림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연이틀 정 원내대표는 취임 인사차 야 3당 원내지도부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했던바, 야권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시부터 친박계 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당헌에 따라 공식기구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됐으니 어느 정도 냉각기가 지나면 야당과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고 하겠지만 정작 문제는 새누리당 내부 상황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가 사퇴키로 한 21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된 상태다. 친박-비박계가 원만하게 합의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비대위 구성은 더 지체될 수 있고 그에 따라 분당 등 앞으로의 험로가 예상된다.

정당은 국민지지를 통해 정권을 담당하는 정치적결사체이다. ‘한지붕 두가족’ 정당 처지이거나 계파 간 장기간 갈등을 보이는 정치집단에 대해선 국민들은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정당지지율에서 2위로 밀려난 마당에 진정한 당의 개혁과 쇄신만이 국민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터, 새누리당은 정당의 사명이기도 한 국민이익과 국가발전을 위해 전력투구 해야지, 비대위원장을 놓고 계파이익과 개인의 영달을 위한 권력 싸움을 한다면 이것은 공멸하는 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빚은 참담한 결과를 벌써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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