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식민지화는 합법"..韓 "강압.사술 의한 것"
"임나일본부설 용어 부적절"..공동연구위 최종보고서 23일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일 역사학자들은 한.일 강제병합조약의 합법성과 태평양전쟁 당시의 강제징용 및 강제공출 여부 등 양국 과거사의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의견대립을 보였던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양측은 그러나 일본이 그동안 주장해온 임나(任那)일본부설과 관련해 임나일본부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위원장 조광)는 이 같은 내용을 받은 최종 연구보고서를 23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동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일 역사학자들은 을사늑약이나 한.일 강제병합조약, 식민지근대화론, 샌프란시스코 조약, 한일회담, 식민지배하 여성을 포함한 강제동원 등에 대해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각자의 의견을 병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측은 특히 한.일 강제병합조약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이었으며 조선에 대한 식민지화가 진행됐음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이번 조약이 일본의 강압과 사술(邪術)에 의해 강요됐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해당 조약이 원인무효임과 동시에 식민 지배가 부당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또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문제와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징용 및 강제공출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측은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문제에 대해 "일.한기본조약 체결을 통해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고 지금 한국측의 조약개정 주장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강제동원과 강제공출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에 의한 '전쟁범죄'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비를 삼고 있다고 강변했다.

한국측은 이에 대해 당시 피해를 입은 개개인의 청구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반드시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학자들은 그러나 지난 4세기에서 6세기까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일본 교과서 내용과 관련해 일본의 야마토 정권 세력이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했을 수 있지만 임나일본부라는 공식 본부를 설치해 지배활동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왜(大和倭)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는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고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설이다.

양국 역사학자들의 이 같은 의견일치는 그동안 한국관련 고대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통념과 역사인식에 상당한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한일 역사학자들은 또 조선을 침략했던 왜구에 조선인이 포함됐다는 일본측 교과서 기술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왜구는 대마도와 일본 본토 해안에 거주하는 일본인 중심의 해적집단이라는 사실에도 동의했다.

한일 학자들은 교과서 분과를 따로 설치해 교과서 역사왜곡과 공동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의 견해를 병기했다.

양국 학자들은 또 첨예한 쟁점으로 꼽히던 독도와 한.일 청구권 문제는 공동연구 주제에서 제외했다고 공동위측은 전했다.

보고서는 고대, 중대, 근대, 현대에 걸쳐 48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모두 4천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연구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한 뒤 외교통상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이다.

2002년 3월부터 2005년 5월까지 활동한 1기에 이어 양국 정상의 합의로 2007년 6월 일본 도쿄에서 출범한 2기 위원회는 지난해 11월까지 가동돼 한일 합동 전체회의 5차례, 분과별 합동회의 62차례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고대사(고대 한일관계 성립, 고대 왕권의 성장과 한일관계 등) ▲중근세사(14~15세기 동아시아 해역세계와 한일관계, 동아시아 세계와 임진왜란 등) ▲근현대사(한일 근대국민국가 수립과정과 한일관계 등) 등 3개 분과로 나눠 활동해왔다.

특히 2기는 1기와 달리 교과서위원회를 신설해 양국 역사 교과서의 제도, 이념, 기술상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한국 측 위원장인 조광 고려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양국 측 의견을 모두 합치하는 게 아니라 뭐가 같고 뭐가 다르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었다"며 "우리는 이제 출발점에 있으니까 공동 주제를 가지고 계속 일본 연구자들과 긴밀하게 연구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3기 공동위 출범 여부에 언급, "양국 정부 간에 합의돼야 한다"면서 "우리 쪽에서는 대화를 계속하면 좋은 것이지만 일본의 일부 유력한 사람들은 대화하게 되면 긁어 부스럼이니까 피하려 하지 않나 싶으며 실제 여태까지 일본에서 피해왔던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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