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그래,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내 오빠였으니까.” 

‘성적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는 난감하게 다가온다. 간간이 들려오는 스타 트랜스젠더들의 시련 극복기에 잠시 마음을 열어보지만 성전환자 이야기는 여전히 가족과 나누기엔 어려운 화제다.

신간 <루나>는 여자로 사는 게 유일한 소원인 소년과 그의 가족 이야기다. 동시에 저마다 강요된 성역활에 신음하는 모든 인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천재인데다 잘생겨서 여자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미소년 리엄은 성전환자 즉, 남자의 몸에 갇힌 ‘여자’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낮에 리엄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착한 아들을 훌륭히 연기해낸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의 안에 있는 ‘실제 자아’ 루나가 눈을 뜨게 된다.
사실 ‘리엄’은 인형에 불과하다. 사내답게 자라기를 바라는 고집스러운 아버지의 기대와 사회가 정해놓은 규율 때문에 ‘루나’는 ‘리엄’이라는 껍질 속에 둘러싸인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리엄의 자아는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유일하게 루나의 비밀을 아는 여동생 레이건을 짙은 슬픔 속으로 몰아넣는다.

오빠이자 언니인 리엄을 받아들인 레이건은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삶을 꾸릴 수 없는 엄마 대신 그를 품어낸다. 하지만 사사건건 자기에게 의지하는 리엄의 태도와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은 채 학교에 나타나는 그의 돌발 행동에 진저리가 난 레이건은 서서히 지쳐간다.

특이한 오빠를 둔 탓에 레이건의 삶은 불안과 초조의 연속이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오빠를 들키지는 않을까, 성격이 거친 아버지가 오빠의 본모습을 보고 목을 조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갈수록 대담해지는 리엄의 여장 행각에 인내심을 잃기도 하지만 결국 레이건은 오빠의 용기 있는 결단에 그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아이, 누구보다도 사내답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형제들… <루나>에는 이처럼 걸러지지 않은 원액 그대로의 아픔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을 통해 독자는 ‘다름’을 갖고 사는 성적소수자에 대한 이해심을 얻게 될 것이다.

줄리 앤 피터스 지음 / 궁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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