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성내2동 성안마을에 조성된 ‘강풀만화거리’ 풍경. (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마을로 들어서면 만화 속으로
‘순정만화’부터 ‘바보’까지
웹툰 작가 강풀 작품 재구성돼

강동구청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
전국 자원봉사자 손길로 완성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리가 매일 걷는 골목길이 재미있고 따뜻한 만화로 가득 차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실제로 만화 속 세상이 된 마을이 있다. 바로 서울 강동구 성내2동 성안마을이다.

강동구청의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강풀만화거리’는 강동구에 사는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 중에서 ‘순정만화’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을 공공미술로 재구성해 성내동 골목에 녹여냈다. 이 거리는 강풀 작가가 원작을 제공하고, 웹툰을 공공미술로 재탄생시킨 핑퐁아트와 참여 작가, 전국에서 참여한 벽화 자원봉사자 등의 손길로 2013년 9월 완성됐다.

“우와 만화 속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아요!”

지난달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를 나와 100띠쯤 직진하다 보면 첫 번째 작품 ‘어서와. 강풀 만화거리’를 만난다. ‘어서와’는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토성, 눈송이, 붕어빵, 별 모양 순정만화 4개 시리즈에 나오는 대표적인 아이콘을 새겨 넣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들뜨게 했다. 그 밑으로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가 타고 가는 오토바이 헤드라이트가 만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 서울 강동구 성내2동 성안마을에 조성된 ‘강풀만화거리’ 풍경. (촬영: 강은영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안내에 따라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알록달록 화려한 벽화에 눈길을 빼앗겼다.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두리번거리며 거리에 그려진 그림을 구경하기 바빴다. 작품명은 ‘당신의 모든 순간’으로, 주인공은 왼쪽에 파란 옷을 입고 앉아 있는 남자 ‘정욱’이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은 얼굴에 빨갛게 홍조를 띠며 웃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의 내용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슬프다. 웹툰 속에서 ‘정욱’은 좀비로 변해 사살될 운명에 처한 마을 사람들이 마지막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도우려고 한다. 원작에선 모든 사람이 좀비의 모습으로 처참하게 그려졌으나 이 작품에선 밝고 따뜻한 색감으로 구성돼 사랑과 희망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바닥의 별을 따라가면 벽화가 이어진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항상 있지만 수줍어 전하지 못할 때가 많다. 8번째 작품 ‘고백’에는 순정만화 시리즈 4편의 주인공이 용기를 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장면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당신의 모든 순간’의 ‘정욱’과 ‘주선’, ‘바보’의 ‘승룡’이와 ‘지호’,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다. 벽화 끝에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비어있다. 하지 못한 말을 전해보라는 것이다. 이 기회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 서울 강동구 성내2동 성안마을에 조성된 ‘강풀만화거리’ 풍경. (촬영: 강은영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18번째 작품 ‘안녕하세요 사자아저씨’에는 큰 사자아저씨 얼굴이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원작 ‘바보’에서 ‘지호’는어린 시절 유학을 갔다가 갑자기 한국 고향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때 집 대문 앞에서 사자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이를 재연해 낸 것이 이 작품이다.

사자아저씨 옆으로 ‘고집부리지 말자’ ‘서로 바라보고 참 예쁘다고 다독거리자’ ‘상대방을 존경하자’ ‘절실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등 실제로 성안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의 한마디가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건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가 작은 힘이 됐다.

별을 따라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벽에는 작은 상에 된장찌개와 김치 반포기, 달걀부침 4개, 김 그리고 하얀 고봉밥이 그려져 있었다.

▲ 서울 강동구 성내2동 성안마을에 조성된 ‘강풀만화거리’ 풍경. (촬영: 강은영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고 가요.’

24번째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송이뿐 할머니가 집에 찾아온 소녀뻘 되는 동사무소 아가씨에게 차려주신 밥상이다. 소박하지만 정성껏 차린 밥상과 커피 한 잔의 그림 덕분에 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마음마저 훈훈해졌다.

이외에도 ‘강풀만화거리’에는 모두 50점의 작품이 골목 곳곳에 그려져 있다. 쌀쌀한 초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는 골목에서 인생샷을 건지고 싶다면 ‘강풀만화거리’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더 재미있고 쉽게 관람하기 위해서 벽화 해설을 위한 자원봉사 도슨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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