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명 중 9명 안중근 생애 물으니 ‘깜깜’

전문가 “역사를 모르는 것 용납 안 돼”… ‘스스로 공부해야’

[뉴스천지=백하나 기자] ‘안다’ 하지만 ‘설명은 못 한다.’

지난 22일 서울역을 지나는 시민을 대상으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시민이 ‘안중근’이란 이름은 알고 있으면서도 ‘안 의사의 업적이나 사상 등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해 안 의사에 대한 기본 역사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천안에서 올라온 28살 양모(여) 씨는 “안중근하면 대표적으로 ‘독립투사’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독립투사’ ‘하얼빈’ ‘손도장’ ‘이토 히로부미’ 등을 기억했다.

하지만 양모 씨를 포함해 인터뷰에 응한 10명 중 9명의 시민은 그의 업적이나 사상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질문은 ‘안 의사 하면 생각나는 것’ ‘안 의사가 죽인 인물’ ‘올해가 안 의사 순국 100주년임을 아는가’ 등이었다.

대답하지 못한 10명 중 9명은 “배웠지만 잊어버렸다” “관심이 없다”는 등의 내용을 이유로 들었다. 안 의사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은 TV나 인터넷 기사, 신문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정도였다.

안 의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못한 유중환(29, 남,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 씨도 “어렸을 적 본 기억은 있는데 관심을 두지 않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경선(25, 여,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 씨는 “막상 질문을 받으니 대답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만 급급해 과거를 잘 보지 못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응답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이모(70, 경북 청도군 금천면) 할아버지는 “내가 살던 시절에는 역사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시절이었다”는 반응이었다. 9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이모(26, 여, 경북 청도군 금천면) 씨도 교육을 문제 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요즘 세대가 역사에 관심이 없고, 안중근은 교과서를 통해 배워서 알지만 얕은 지식을 알려주는 정도”라며 교육의 문제점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유로 들었다.

김모(59, 남, 충남 대전) 씨는 “사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데 바빠 역사를 배우고 책을 읽을 시간을 못 내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사학과 신해순 교수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요즘 학생들이 역사를 모르는 것은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가 선택제로 됐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역사교육을 받은 세대조차 안 의사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찾아보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선조들이 살아온 역사를 알아야 본받을 것은 본받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계기를 삼을 수 있다”며 “오늘날 사람들의 성공신화를 쫓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지혜일뿐이고, 시대를 넘어 다양한 인물들을 역사를 통해 경험해 봄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안중근과 같은 인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대한독립을 알린 사실과 주변 국가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애국심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 바로 역사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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