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2월 19일은 18대 대통령선거일이었다. 그날 밤늦게 당선이 확정된 박근혜 당선자는 광화문거리에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는 가운데 “우리 국민 여러분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또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반드시 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 후 꼭 4년이 지난 이제 광화문광장에서 벌써 여덟 차례나 ‘박근혜 즉각 사퇴’를 외치는 촛불민심이 뜨겁게 타올랐다. 4년 사이 변해도 너무나 변한 한국사회의 세태상이다.

그로 인해 박 대통령의 18년 정치 인생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고,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따라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야기된 촛불집회가 지난 10월말부터 8회째 연속 이어지고 있고, 6.10민주화항쟁 이후 최대인파가 모여 민심에 반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박정희대통령육영수여사숭모회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도 헌재 앞에 모여 탄핵 기각을 외치는 등 병신년 끝 무렵의 우리 사회에서는 촛불집회와 맞불집회로 세밑을 후끈 달구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한바, 헌재 결정이 나기 전에도 박 대통령이 거취문제를 정할 수 있겠다. 하지만 16일, 박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은 탄핵 소추된 전 내용에 대해 반박하고 있으니 헌재 심리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 조기결정을 바라고 있지만 대통령의 신분과 관련된 문제이고, 또 탄핵 관련 개별 건수가 많아 일일이 따지자면 심리기간이 상당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돈다.

국민과 정치권의 시선이 헌법재판소에 몰려있는 엄중한 시기에 헌재는 국정혼란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정확·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탄핵 절차를 이어가고 있지만 촛불집회와 맞불집회가 헌법재판소 100m 지점까지 진출해 ‘탄핵 인용’과 ‘탄핵 기각’을 외쳐대고 있으니 국민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을 터, 그렇더라도 헌법기관인 헌재가 그 권능에 의해 적법타당하게 처리할 것임에도 직무 권능에 방해되는 정치권 등의 헌재 압박은 반민주적으로 비칠 수 있다. 휴일을 반납하고 주말에 출근한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오죽했으면 “시끄러워 기록 검토하기가 어렵다”며 사무실을 떠났겠는가. 정말 자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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