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간) 80세 생일을 맞아 노숙자 8명과 바티칸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노숙자 8명 초청 아침식사
“자비로운 실천 희망 안겨”
오바마 등 각국 정상 축전
전 세계인 5만통 축하메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80세 생일을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광장의 거리 노숙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했다.

17일(현지시간) 교황청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아침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서 기거하는 노숙자 8명을 바티칸 호텔로 초청해 아침 식사를 나눴다. 초청된 노숙자 8명 중 6명은 남성, 2명은 여성이었다.

1936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2013년 중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로 80세가 됐다.

노숙인들은 생일 선물로 정성스레 준비한 해바라기 꽃다발 3묶음을 가져갔다. 교황은 받은 선물을, 자신의 처소인 바티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 예배당에 놓아뒀다. 교황청은 생일을 기념해 무료급식소를 찾은 노숙자들에게 1500인분의 케이크와 작은 선물을 나눠주는 등 따뜻한 손길을 건넸다.

◆교황, 꾸준한 노숙인 사랑

교황의 노숙인 사랑은 남다르다. 2013년 77번째 생일을 맞아 교황은 노숙인 4명과 함께 미사를 올리고 식사를 했다. 이듬해 생일에는 로마 노숙인들에게 침낭 400개를 선물했다.

2015년에는 씻을 곳이 없는 노숙인들을 위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공중화장실을 샤워장으로 개조해 사랑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교황의 후원으로 지금까지 로마 노숙인 100여명이 인근 해변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는 얘기가 알려지기도 했다.

11월 ‘자비의 희년’ 종료를 앞두고 열린 특별미사에서는 노숙인들을 귀빈석에 초대했다. 미사에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온 노숙인과 빈민, 피란민 6000여명이 참석했다. ‘가난한 자의 친구’로 불리는 교황은 앞으로도 빈민, 난민, 노숙인 등을 향한 사랑의 행보를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

교황은 더욱 지혜롭게 사역할 수 있도록 자신을 위해 기도를 부탁했다. 그는 생일 아침 바티칸 파올리나 예배당에서 로마에 거주하는 추기경들과 봉헌한 특별 미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노년이 평화롭고, 지혜로울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특별 미사 말미에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지난 며칠간 내 마음속에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어 키케로 등 고대 로마 시인과 철학자들을 인용해 “노년은 지혜에 갈급한 시기다. 내 노년도 이랬으면 좋겠다. 평화롭고, 신앙심이 깊고, 유익하며, 기쁜 노년이 되도록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또 트위터를 통해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교황의 팔순을 축하하는 인사가 전 세계에서 답지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라틴어로 보내진 이메일 1000통을 포함해 총 5만 통의 축하 이메일이 도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과 행동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자비와 희망, 평화의 메시지를 불어넣었다”고 인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이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 화해에 기여한 것에도 감사를 표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교황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고 직접 전화통화도 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교황은 이날 특별 미사 이후 바티칸에서 몰타 대통령의 알현을 받고, 교황청 고위 주교들을 만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11일 스카이 애틀란틱 방송 다큐멘터리를 통해 “내 교황 재위 기간이 4년 또는 5년으로 짧을 것이라 느낀다”며 “매우 희미한 느낌이지만 신이 나를 짧은 시간 동안만 여기에 둘 것이라는 예감을 하고 있다”고 재위 기간을 언급한 바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추기경 등 다른 성직자들은 80세가 되면 직무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한다. 그러나 종신직인 교황은 은퇴 연령이 따로 없습니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째에 접어든 2013년, 86세 생일을 앞두고 고령과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여름철 짧은 휴가조차 가지 않은 채 직무에 몰두하며 세계 평화와 인권, 난민 문제, 환경 문제, 종교 간 대화 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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