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민 알 권리 침해” 의장석 점거
여당, 예산안 날치기 처리… 시민들 항의 집회

[천지일보=이솜 기자] 폴란드에서 기자들이 의회 취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시위대는 여당의 조치는 ‘공산주의로 회기’하는 것이라며 의사당 출입구를 막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16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집권당이면서 보수 성향의 법과정의당은 미리 선별한 방송사 5곳에만 의회 취재를 허용하고 나머지 언론들은 취재를 제한하는 새 미디어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의회의사당 주위로 모여 ‘자유 언론’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폴란드에서 기자들은 의회 취재를 할 때, 주 회의장 출입은 제한되고 의회 건물의 복도에 대기하고 있다가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방식으로 취재해 왔다.

법과정의당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대표는 “그동안의 취재 제한이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시위대의 행동은 집단 난동으로 규정한다. 시위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폴란드의 야당과 언론 등은 집권당의 새 미디어법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산주의 체제 당시 반체제 활동 언론인 세베린 블룸츠타친은 “여당의 조치는 공산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폴란드의 언론사들은 연합성명을 내고 “이번 여당의 제한 조치는 기자들뿐 아니라 의원들을 선출한 시민들의 알 권리까지 침해하는 행위이기에 철회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에는 폴란드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새 미디어법안에 항의하며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아울러 내년 정부 예산안 표결도 거부했다. 그러나 여당은 다른 회의실에 모여 정부 예산안 등을 날치기 처리했다.

시민단체 민주수호의원회(KOD)는 여당의 예산안 기습처리 사실을 듣고 의사당에 집결해 출입구를 둘러싸고 의원들의 차량 통행을 막고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 시민단체는 언론 취재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항의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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