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日보고서ㆍ사형집행명령기록 등 확보

(서울=연합뉴스)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뤼순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일제가 감옥과 그 일대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던 내용을 담은 일본 문서가 발견됐다.

국가보훈처는 22일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감옥을 관할하던 일제 행정기관인 관동도독부의 `정황보고 및 잡보'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에 있던 것으로, 보훈처가 일본의 자료공개법 등을 활용해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달 찾아내 복사해 국내로 가져온 것이다.

관동도독이 본국 외무대신에게 보고한 것으로 1909년 10~12월의 정황을 담은 `정황보고 및 잡보 4권'은 "하얼빈에서의 살인사건으로 입감한 한국인 9명은 엄정 격리할 필요가 있어 모두 독거구금했다"며 "피고사건의 중대함으로 인해 계호자의 선정 및 사건의 성질상 감방 내외를 엄중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어 "감옥서 내에 임시법정을 설치했으므로 그들을 수용할 구치감의 사무 및 계호간수와 임시법정에 따라붙일 계호자도 선정해 단속 처우의 적실 및 심문사항의 비밀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일거일동에 주의해 특히 야간에는 수시로 간수로 하여금 그 행동을 비밀 정탐케 하는 등 야간경계는 종래의 감독자 외 간수 6명을 배치하던 것을 8명으로 증가하여 만일의 위험을 방지하는 데 힘썼다"고 했다.

1910년 1~3월의 정황을 담은 `정황보고 및 잡보 5권'은 "살인 피고인 안중근 외 수명은...2월7일부터 14일까지 연일 법원에 출정하기 때문에 미리 위험을 우려해 압송마차를 설비함으로써 연도의 왕복을 경계했으며, 법정내에서 경호상의 단속도 실로 고심을 극하였다"고 보고했다.

특히 "사형 확정 후에는 더욱 경계를 엄히 할 필요가 있었으며, 야근간수를 증가시켜 감옥 안팎과 부속관사 부근 일원을 날이 샐 때까지 순찰경비를 시켰다"며 "야간에는 가능한 한 간수의 외출을 제한해 비상시에 대비하게 하고 특히 일반 간수를 독려해 주야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다행히 본 사건이 종료되자 아무런 잘못이 없게 됐다"고 끝을 맺었다.

이와 더불어 안 의사에 대한 사형집행 명령기록 원본도 발견됐다. 이 기록은 일제가 1910년 2월14일 안 의사에 대한 사형을 선고한 지 열흘 만인 2월24일 사형을 집행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이틀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이 명령기록에는 안 의사의 주소를 `한국 평안도 진남포'라고 쓰고 있으며, 직업(무직)과 이름(안응칠 안중근), 나이(33세), 죄명(살인범), 형명(사형), 판결언도(1910년 2월14일) 등이 명시돼 있다. 안응칠은 안 의사의 아명이다.

보훈처는 안 의사에 대한 내용이 담긴 이 같은 자료를 포함한 `관동도독부 정황보고 및 잡보' 1~15권(1천884매)와 안 의사 수감시 증거품 목록 자료도 확보했다.

관동도독부 정황보고 자료에는 안 의사를 포함해 228명의 독립운동가가 적시되어 있었고, 이 중 89명은 최초로 확인된 인물이라고 보훈처는 밝혔다.

증거품 목록으로는 당시 러시아 측에서 발간했던 한자신문인 `원동보' 한 부와 이토 암살을 암시한 `동청철도 기차 발착시간표', 손가방 등이 적혀 있다.

사형 직후 안 의사의 동생들이 유해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한 내용이 담긴 `두 동생의 유해 인도 요구에 대한 처리 경위 보고' 원문도 확보됐다.

또 동생 안정근이 안 의사의 사진으로 5종의 엽서를 만들어 미국 하와이에 300매, 샌프란시스코에 500매를 보냈다는 기록도 사진과 함께 발견됐다.

특히 안 의사의 사진 아래에 이토 히로부미의 사진을 붙여 만든 엽서도 있었다.

일본감옥협회가 1910년 1월20일 발행한 감옥협회잡지에 안 의사를 `보통의 형사피고인이지만 국사범과 동격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내용도 나왔다.

이와 함께 1906~1916년 기간에 뤼순감옥의 조선인 입감인원이 수록된 `일본감옥교회사' 자료도 확보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번에 발굴된 자료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일본정부가 관련 자료가 없다고 한 것이 허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성의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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