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발걸음이 바쁘다. 군부대를 찾은 첫 행보부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각계 원로들과 만나 국정운영의 지혜를 구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갑자기 맡게 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무게감이 너무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소신있게 또 원칙대로 직무를 수행하는 황 대행의 행보가 일단은 믿음직하다.

그러나 문제는 내치다. 다시 말하면 국회와의 소통을 통해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야 절벽에 선 민생경제도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황교안 대행체제는 말 그대로 ‘대행체제’ 일 뿐이다. 헌법상으로는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명분일 뿐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대통령의 권력을 온전히 대행하는 것은 국민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관리’에 무게를 두고 낮은 자세로 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다. 어떤 경우에도 ‘과유불급’의 이치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황교안 대행이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시기적으로 늦어도 너무 늦었다. 당초 대통령 권한대행을 시작한 직후 군부대를 방문하고 나서 곧바로 국회를 찾았어야 했다. 이제 선출된 권력은 국회 권력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행이 국회에서 민심을 구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민심과 소통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황 대행은 탄핵 이후 닷새나 지나서 국회를 찾았다. 국민과 의회와의 소통에는 그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두 번째는 황교안 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 때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대행의 신분은 국무총리다. 당연히 국회에 출석해서 국민을 대표로 하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고 해서 국회 출석을 거부한다면 국민이 보기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야권이 제안해서 어렵게 시작된 ‘여야정 협의체’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황 대행마저 정무적인 판단으로 전략적 행보를 보이는 것인가. 그런 자세였다면 국회를 방문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안팎에서 매우 어려운 시기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 총리가 대통령 위세를 보일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건 전 대행의 행보를 참고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협치’가 안 되면 황 대행체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더 어려워진다. 국회는 그 협치의 동반자이다. 구태의연한 힘겨루기나 정략적 관계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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