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는 우리에겐 익히 알려진 나라다. 월드컵 축구대회 등을 치를 때면 언제나 본선행 티켓을 두고 혈전을 벌여야 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고, 한류의 바람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불어 닥친 고마운 나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강제로 실린 채 이주해야 했던 옛 고려인들의 애환이 서린 이곳은, 이제 곳곳에서 고려인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져가고 있고, 삼성, LG를 비롯한 한국의 유수기업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내달리는 격동의 중심에 서 있다.

또한 미녀들이 많기로 유명했던 이 나라는, 최근 대통령의 서거라는 큰 아픔을 겪었으면서도 모든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다시 일어서는 우즈벡의 깃발 아래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못내 부럽게도 느껴졌었다. 

이 나라를 찾은 목적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우즈베키스탄 지회가 주최한 통일안보 행사에 강연자로 참석한 것이었는데, 한국에서의 정치상황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암울한 분위기에서 많은 부담감을 안고 이곳을 찾은 것이 사실이었다. 강연의 주제 또한 ‘북핵 위기에 따른 대한민국의 통일정책과 재외동포들의 역할’이었으니, 함께할 고려인들과 한인사회 모두가 공감해야 할 내용이어야 해서 적잖이 걱정도 됐고, 강연의 재미를 더하고 해외동포들의 역할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민주평통위원으로서의 책무이기에, 몇 가지를 당부한 것을 여기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해외동포들과 고려인들은 각각의 마음에 두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인식에 있어 서로 상이한 부분이 존재한다. 많은 고려인들 중에는 북한에 친척 등이 있을 수 있고, 북한이 실제 고향이기에 좀 더 정상적인 사회로 바로 서기를 바라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게 사실이다.  

물론 한인사회는 또 다르다. 그래서 우리 고려인들이 앞장서서 인류역사상 이렇게 폐쇄적인 사회로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하루빨리 자각하고 개혁과 개방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외부세계의 수많은 정보들이 북한주민들에게 생생히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한인사회에게는, 원래 외국에 나와 있으면 모두가 한결같이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고국이 처해있는 상황들에 대처하는 부분이 아전인수격일 수 있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도도한 흐름 속에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외의 한인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기를 소망했다. 그것은 북한의 핵문제가 정부의 성격을 떠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인지하고,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지 않는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해외에서 일깨워주는 데 한인사회가 앞장서 주기를 호소했다.

해외에서의 강연 시 꼭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북한의 솔제니친, 반디선생의 고발책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는바, 의외로 많은 고려인들과 한인사회가 관심을 가지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구 소련의 영향 하에 있었던 사회문화적 정서도 존재했겠지만, 북한의 솔제니친이라는 표현에 크게 충격을 받는 것 같았고, 이것이 러시아어로 번역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고려인들이 많았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통역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었지만, 같은 민족의 피가 흐르는 한민족으로서의 진한 감동과 울림을 교감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는데, 이 같은 감동들이 다시금 대한민국을 세계사에 우뚝 세우는 역동성으로 바뀌게 하려면 결국 한반도의 통일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우리의 작은 외침은, 어느새 잔잔한 파장을 넘어 거대한 물결이 되어 우리를 둘러쌌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끽하는 애국의 시간이었다. 머나 먼 타국의 고려인들과 해외 한인사회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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