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 ㈔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상임고문

 

지난 11월 17일은 제77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날 기념식에서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는데, 안타깝게도 해방 후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은 묵념대상에서 빠지는 문제점이 있다.

왜냐하면 의사와 열사는 법적 근거에 따른 호칭이 아니고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는 법에 명기된 용어이기 때문이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4조를 보면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항거하다가 그 항거로 인하여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로 명시됐다.

또 애국지사에 대해서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로 명시했다.

쉽게 말해 사망일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독립운동가 중 해방 이전에 사망한 분은 순국선열이고 살아서 해방을 맞이한 분은 애국지사다. 이런 법적 구분에 따라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나석주의사(1926년 순국). 청산리대첩의 김좌진장군(1930년 순국), 흥사단을 만든 안창호선생(1938년 순국)은 순국선열이고, 임시정부 주석 김구선생(1949년 사망), 영화 암살로 재조명받은 의열단장 김원봉장군(1958년 사망), 일왕 폭살을 기도했던 아나키스트 박열의사(1974년 사망)는 애국지사에 해당한다.

이처럼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는 똑같은 독립운동가인 데도 애국지사가 순국선열의 날 묵념대상에서 빠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이 돌아가신 선열들을 기리기 위해 순국선열의 날을 제정할 때 사용했던 용어를 그대로 답습해 지금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원래 순국선열의 날은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차 총회가 개회된 1939년 11월 21일 지청천(池靑天), 차이석(車利錫) 선생 등 6인이 ‘일본의 조선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국권회복을 위해 항거하다가 순국한 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기념하자’는 취지로 기념일 제정을 발의해 ‘순국선열공동기념일일’이 결의된 데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해방이후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돌아가셨다. 이제는 이분들도 포함해 기릴 수 있도록 순국선열의 날을 독립선열의 날로 바로 잡을 것을 촉구한다.

덧붙여 행사 때 신분에 따라 배정하는 의전용 자리배석 서열은 없어져야 한다. 행사장은 VIP(중요 인물)와 시민들이 어울러 함께 앉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場)이 됐으면 한다.

또한 독립선열 앞에서 기관장, 국회의원 등을 소개하는 것 역시 예의범절에 맞지 않는다. 행사 분위기를 망칠뿐만 아니라 행사 목적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내빈소개는 생략하는 등 행사의 패러다임이 시민평등사회의 시대적 조류에 맞춰 새롭게 탈바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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