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강민(1933~  )

 

빈집이 부르고 있다
밤마다 홀로 자리에 누우면
버려둔 동오리 빈집이 부른다
평생을 함께 하던 그이가 떠나
지친 심신을 달래려 와 있는 막내네 집
작은 방에 누우면
꿈에도 찾아오지 않는 그이가 야속하다
사진 속 젊은 그이는 웃고 있는데
찢어지는 가슴
하얗게 표백되는 머리
어디선가 소리 없는 흐느끼는
빈집의 소리 들린다
빈집이 부르고 있다

 

[시평]

평생을 함께 살아오다가, 평생을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한 사람이 먼저 떠나가 버리고, 덩그마니 혼자 남아 있는 집. 이 집 분명 빈집이리라. 그리하여 이 빈집 홀로 지키기가 너무나 힘이 들어, 막내 아들네로 와서 지친 육신이나마 맡기고 사는 한 노년의 사람. 

육신을 맡긴 작디작은 방에 누워 있으면, 먼저 떠난 사람에 대한 생각. 왜 그리 서둘러 먼저 떠났느냐는 아쉬움,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그리워지는 마음, 꿈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야속함, 그런저런 피어오르는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책상 위 사진 속 젊은 그 사람, 어제인 듯 웃고 있는데.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린 한 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그 빈집이, 이제는 그 사람 떠나고 비어버린 그 집이 자꾸만 부른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그 그리움의 시간들이 이 밤에도 부르고 있다. 

우린 지금 비록 유명(幽明)을 달리하고 있지만, 그래서 이렇듯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집은 오늘도 우리가, 우리의 영혼이 함께 하고 있는 그 집이므로, 그래서 결코 빈 집이 아니라고, 아니라고. 오늘도 부르고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