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알약 10개로 과거·현재 오가는 ‘타입슬립’ 소재
누구나 후회스러웠던 한 순간 떠오르게 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누구나 한번쯤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아,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등의 후회 섞인 한탄이 나오는 기억일 뿐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time slip)’을 소재로 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시간여행을 오가는 주인공을 통해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소중한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신비로운 알약 10개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습니까?”

2015년의 ‘수현(김윤석 분)’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수아(박수혜 분)’와 함께 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의료 봉사 활동 중 ‘수현’은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소녀의 할아버지는 “감사하다”며 신비로운 알약 10개를 답례로 건넸다. ‘수현’은 30년 전 연인이던 ‘연아(채서진 분)’를 떠올리며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에 알약을 삼킨 ‘수현’은 30년 전 1985년의 자신인 ‘수현(변요한 분)’과 마주친다.

‘연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1985년 과거의 ‘수현(변요한 분)’은 우연히 길에 쓰러져 있는 남자 ‘수현(김윤석 분)’을 보고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며 혼란스러워한다. 쓰러진 남자 ‘수현’은 자신을 30년 후 미래에서 온 자신이라고 말하며 증거를 내민다. 여러 가지 정황상 그가 내민 증거로 미래에서 온 자신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과거의 ‘수현’은 “사랑했던 ‘연아’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는 미래의 ‘수현’의 말에 불안감을 느낀다.

현재의 ‘수현’은 현재에 있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과 과거의 소중한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고, 과거의 ‘수현’은 “당신에겐 과거지만 나한테는 미래다”라며 분노한다. 그리고 10번의 기적이 ‘수현’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기욤 뮈소의 탁월한 선택

영화는 전 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로 신드롬을 일으킨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종이 여자’ 등 신작을 발간할 때마다 베스트셀러 오르는 등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기욤 뮈소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 때 신중하게 처리하기로 알려졌다. 그간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각국에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영화화를 제안해왔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하지만 한국과는 최초로 판권을 계약하고 영화화하기로 했다.

기욤 뮈소 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한국 배우 김윤석 씨가 출연한다. 김윤석 씨는 영화 ‘추격자’를 통해 알게 됐는데 매우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유럽과 미국 등에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해왔는데 한국의 제안은 받아들였다”고 영화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결혼전야’ ‘키친’ 등을 연출한 홍지영 감독은 자칫 유치하고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섬세한 심리묘사와 영상미로 풀어냈다.

영화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은 한 남자를 통해 순애보와 부성애, 우정 등의 사랑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물 흐르듯 잔잔하지는 않다. 시간여행이라는 특성상 변수가 있고 그에 따른 스릴이 느껴진다. 태국 오지에서 촬영한 오프닝 씬에서는 수상가옥과 앙코르와트의 전경 등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장면은 신비한 노인과 ‘수현(김윤석 분)’이 대화를 나누며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또 ‘수현’과 ‘태호’가 만나는 장면은 현재와 과거 모두 웃음이 터진다.

▲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2인 1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과거 ‘수현’과 현재 ‘수현’인 김윤석과 변요한은 앉은 자세와 표정, 담배 피우는 손동작 등 사소한 순간까지도 같은 인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태호’ 역을 맡은 김상호와 안세하 역시 매번 미팅 때마다 서로 어떤 버릇이 있는지를 찾고, 장면을 모니터링하며 끊임없이 연구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매력은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원작이 그렇듯 영화를 보고 나면 되돌리고 싶은 과거, 상처 준 친구, 후회스러운 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 지인 등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나고 고마워진다. 영화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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