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이광재

 

 

사는 것이 그렇다
어제도 혼자 밤을 지샜을 뒷산을 보다
부끄럽고 궁색한 처지
어디 말 한마디 기댈 곳 없어
문득 서럽게 눈물이 난다
수척한 얼굴이 거울을 들여다본다
강가에 늘어선 외로운 마음들
안부처럼 떠나지 못하는 작은 포구에
살아온 깊이만큼 층층이 비어있는 소리
새벽별 보며 몸 섞고 싶었던
그 푸르던 날은 가고
흐르다 남은 바람에
추적추적 서리가 내린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흘러 보낸 시간들이
강기슭에 닿아 반짝이고
비로소 주목받는 떨어지는 것들
더 단단한 뿌리로 선다면
이번 생은 회한으로 묻고
흐르는 강물에 조용히 눕고 싶다
함께 거닐고 머물렀던 시간들
조금씩 덜어내며 강물로 보내고
한 생애가 피었다 진다
초저녁 아프게 물결이 일고
외롭고 슬픈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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