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과 비박계가 한 치 양보 없이 상대방 허물을 물고 뜯으며 이전투구 중이다. 그 와중에서 원내사령탑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퇴한바, 그 일성은 “보수는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얼마 전에도 이정현 대표를 압박하며 사퇴의사를 밝혔으나 친박-비박계가 의원총회에서 다시 신뢰를 하자 그 뜻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가 가결되자 “집권당은 대통령과 똑같은 무게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집권당의 원내대표 자리는 정국이 안정되고 대통령의 권한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는 여당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탐내는 자리다. ‘국회의원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상의 권한도 크고 국정운영 한 축으로서 청와대와의 관계면에서도 그 권위와 역할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애서 비록 탄핵정국의 현실을 맞긴 했으나 정 원내대표가 집권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의도는 책임질 줄 아는 자세라 할 것이다.

정당 지도부에 있는 자들은 권한만큼 책임의 엄중함도 알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현실의 새누리당 사태를 보면 당 권력을 거머쥐려고 아웅다웅하는 추태의 연속인데, 한 편의 코미디보다 더 우스꽝스럽다. 이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의 친박 세력은 누구 하나 당장 책임지려하지 않고, 비박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일부 친박의 무조건적 비호와 맹종이 국정마비를 불러오고 국정농단 단초가 됐다며 그들의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총선 때부터 새누리당이 보여준 작태는 한심했다. 그 결과 ‘여소야대’라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뒤 한때 반성하는 자세로 비상대책위를 꾸려가면서 재기하는가 했더니 이번 탄핵정국에서 집권당으로서 부끄러운 행태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꼴이 됐다. 그동안 꿋꿋이 보수의 가치를 이어왔고, 국정 책임세력으로 전면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의 현 사태는 보수정당사의 첫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기다. 위기가 곧 기회라지만 집권당에서는 당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그 자리를 친박계, 비박계 누가 차지하는가에 따라 분당이 될지, 수습될지를 남겨놓고 있는바, 보수당인 새누리당은 정당의 존재가치가 국민이익을 수행하는, 건전한 정치적 의사 형성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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