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자문위원 “南, 나진항 개발효과…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양 교수 “北, 정치 핵심 ‘체제 유지’ 점진적으로 경제 개방 예상”
정 단장 “中, 운송거리 단축 물류비 대폭 절감”
 

▲ 사진 왼쪽부터 백성호 유앤개발계획 자문위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정봉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단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나진항 사용권을 획득했다는 소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진은 선봉과 함께 지난 1991년 나선경제특구로 지정됐으며, 올해 1월에는 나선특별시로 지정됐다. 북한 당국은 나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얻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폐쇄 정책을 고수하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나진항을 왜 개방했는지, 동북아 정세와 남북관계는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에 대해 백성호 유엔개발계획(UNDP) 자문위원 겸 동충항운주식회사 회장, 정봉민 해양수산개발원 단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전문가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北 ,나진항 개방한 의도는 무엇인가

[뉴스천지=김지윤, 김두나 기자]
▲백성호 UNDP 자문위원(이하 백 자문위원)= 북한 당국은 평양특별시만큼이나 나선지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1월 나선특별시로 승격한 것이다. 경제특구로 지정됐을 즈음 김일성 전 주석은 “나진은 물류중심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이미 나진 카드를 읽은 셈이다. 나진항 개방에 대한 북한 당국 의도는 외자유치다.

현재 여론은 중국이 나진항 사용권을 획득하면서, 북한이 중국에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지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동시 계약을 진행하면서 두 나라의 나진항 사용권 독점을 방지하면서 견주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이하 양 교수)= 북한 정치의 핵심은 체제 유지다. 북한 주민들의 사상오염과 개혁개방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지 않는 선상에서 체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 될 때 북한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현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중심지인 평양 부근을 개발하면 해외투자 유치가 더 유리하겠지만, 만일 실패했을 경우 체제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평양 주위에는 경제 특구 등을 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은 남북경제협력 장소로는 평양에서 200㎞ 떨어진 개성공단을, 북·중, 북·러 정책은 나진항, 신의주 등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

게다가 북한은 개혁경제, 전력 에너지난, 외화부족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작년 4월 이후 유엔대북제재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6자회담 복귀와 북핵문제 진전 등은 멀리하면서 우회적인 해결책으로 해외투자 유치 차원에서 나진항을 중국과 러시아에게 개방한 것이다.

Q.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의도는

▲백 자문위원= 중국의 경우, 북한과 맞닿은 동북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에 식량과 에너지자원이 풍부하다. 랴오닝 서북과 지린, 헤이룽장에 있는 자원을 중국 내륙으로 옮길 때 운송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오히려 나진항을 통해 항로로 수송하는 것이 훨씬 적게 든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의 견제에서 벗어나고 동진정책 일환으로 나진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자루비노항을 이용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관세율 인상 등으로 급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동북3성 가운데 장지투(장춘-지린-투먼) 개발사업에서 나진까지 바라보고 있는 ‘일치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과 달리 동북3성은 낙후됐기 때문에 중국 내 빈부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당국은 빈부격차로 인한 폭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2000년대 초에 ‘동북노공업기지 진흥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동북3성에 낙후된 농·공업시설과 기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출구가 될 수 있는 나진을 개발하면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높여 자연스레 동진정책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자국에도 부동항(얼지 않는 항구)이 있기 때문에 나진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으나 중국이 나진 투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부랴부랴 투자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남진정책에 대한 계획과 중국 견제를 위해 나진항 투자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정봉민 해양수산개발원 연구단장(이하 정 단장)= 중국은 앞으로 동북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나진항을 이용하면 해상운송보다 단가가 높은 육상운송 거리가 단축돼 물류비가 크게 절감된다.

러시아는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항만이 2개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진항을 개발하는 이유는 나진항과 유사한 항만인 자국의 자루비노항 개발하기 위해서는 나진항을 갖고 있어야 중국 동북지역의 화물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 측면에서도 러시아 쪽에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 중국과 러시아는 나진항 사용권 획득이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라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둔 것으로 본다. 특히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둘러싸고 한국, 미국, 일본의 동북아 진출에 대한 방어지역으로 북한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나진항 사용권을 미국이 획득했다면 중국과 러시아 바로 밑에 미국이 주둔하는데 어떻게 심리적인 압박을 피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는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군사적 기지로는 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역항인 나진항을 통해 관리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Q. 중·러·북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망

▲백 자문위원= 나진항이 완전히 개방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화물선 등을 지키기 위해 동해에 자국의 함선을 띄울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동해상에 남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함선이 다니게 된다. 군사전략적으로 위험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 단장= 러시아의 나진항 개발 목적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하산지역을 연결해 극동지역의 화물을 유럽으로 수출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TSR의 화물 수송 용량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며 운임비는 절반이나 상승했다. 운송거리도 200㎞밖에 차이나지 않는 북극항로(북극해를 통해 극동과 유럽을 잇는 항로)가 본격 개방되면 TSR은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진다.

▲양 교수= 중국이 나진항에 투자한 목적은 단순한 사용권 획득 차원이 아니다. 중국이 북한의 대중의존도를 높이면서 결국 원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북한은 북핵문제로 압박을 가하는 남한과 미국보다는 체제 유지를 보상해 준다는 중국을 의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도 중국은 북한에게 유류, 수송설비 등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태다. 이런 관계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중국 측의 요구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본다. 광산 채굴권, 서해안 어업권 등에서 결국에는 땅 덩어리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Q. 남북관계 구도에 끼칠 영향은
▲백 자문위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사안은 바로 ‘나진항 개발’ 관련부분이다. 나진항은 동남아와 미국 유럽 등을 오갈 수 있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남한도 나진항 개발에 집중한다면 부산 신항만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키울 수 있으며, 해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에 따라 남한에게 필요한 것은 물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통일을 예상해 북한을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양 교수= 현재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여기서 남한의 역할은 북한이 체제 유지에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진항 개방을 통해 북한의 대중의존도가 심화된다면 결국 남한과의 소통은 끊어질 것이고 6자회담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북한과의 신뢰도 형성이 안 된 상태에서 미국, 중국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통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북한이 경제난 해결을 위해 중국, 러시아에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기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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