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제두피모발협회 미용봉사단

▲(사)국제두피모발협회 김영배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송태복 기자] 70년대 우리 경제를 살린 것 중 하나가 가발 산업이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가발은 우리 국민에게 참으로 고마운 존재지만, 지금의 가발은 단순히 미용을 위한 소모품 정도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사)국제두피모발협회 김영배 이사장은 가발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할 방법이 무엇일까 늘 고심했다. 자신의 사업과 연관되어 있기도 한 가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아이디어는 그가 오랫동안 해오던 미용 봉사에서 얻었다. 병원을 찾아 회원들과 함께 봉사를 하던 중 소아암 환자들이 외형적 변화를 가장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외형적 변화의 결정적인 요인은 탈모였고, 그가 직접 도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그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머리카락 기부운동’을 시작했다. 가발에 필요한 머리카락을 기부하려면 길이 20센티 이상의 머리카락 30가닥을 모으면 된다. 20센티 이상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 자르는 것이 아니고 빠진 머리카락을 30가닥 정도만 모아 두피모발협회에 보내면 된다.

국민 경제가 향상되면서 국내에서는 머리카락을 모아서 사고파는 사람이 없어졌고, 이 때문에 모든 가발 공장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했다. 가발의 원료 중 가장 비싼 것은 바로 인모(人毛)다. 불행히도 미용실에서 모은 머리카락은 대부분 손상이 너무 많이 돼 사용이 어렵다. 그래서 개인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개의 암 환자용 가발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최소 100여 명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이렇게 머리카락이 모이면 김 이사장의 뜻에 동참하는 해외 가발 공장에 보내진다. 제작된 가발이 다시 한국에 도착하면 김 이사장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암 환자에게 전달된다. 원료비나 제작비는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관심이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암 환자의 가발은 일반 가발과 다르다. 무균처리를 통해 유해균을 없애고, 일반 가발에 비해 통기성과 착용감이 우수하다. 이렇듯 차별화된 원료와 제작 과정 때문에 가발 한 개 값이 300~600만 원에 달한다. 치료비는 정부혜택을 받지만, 가발 등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형편이 어려운 환자가 구입하기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머리카락 기부운동’ 환자들에게 희망  ‘듬뿍’

머리카락 기부운동의 시작은 가발의 이미지를 개선해 보자는 다소 상업적인 논리에서 시작했지만,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 나눔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3년 동안 매월 1~2개씩 꾸준히 제작된 가발은 암과 힘겨운 싸움을 하는 이웃에게 전달돼 또 다른 기쁨이 됐다. 나에게 쓸모없어진 머리카락도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니, 나눌 시간이나 돈이 없다는 건 이들 앞에선 핑계일 뿐이다.

김 이사장은 “영부인과 유명 연예인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머리카락 기부운동에 참여하면, 그들의 이름으로 가발을 만들어 암과 투병하는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나눔에 대한 김 이사장의 관심은 미용 교육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타인의 외모를 가꾸는 직업을 선택한 교육생들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교육생들의 속사람을 가꾸기 위해 나선 곳이 봉사현장이었다. 자신의 기술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머리와 손을 다듬어 주면서 교육생들은 금세 마음을 가꾸는 사람이 되었다. 김 이사장이 이끄는 미용관련 회원 중에는 5만여 명이 꾸준히 미용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미용 봉사의 특성은 자라나는 머리카락의 특성상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다녀 온 곳에서는 때가 되면 먼저 전화가 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미용 봉사 현장에는 남다른 정이 감돌고 깊은 대화가 오간다.

김 이사장은 “미용 봉사는 겉만 예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는 사람이나 봉사를 받는 사람의 속사람까지도 예쁘게 만드는 마법을 지녔다”고 했다.

봉사를 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봉사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미 봉사가 그들 삶에 좋은 습관으로 자리잡아서인 듯하다.

김 이사장은 “나눔에 필요한 건 돈이나 시간이 아니고 관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10여 년 봉사활동을 통해 인연이 된 요리ㆍ사진ㆍ의료ㆍ인테리어 봉사단 등을 모아 새로운 전문직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구축할 준비도 하고 있다. 이유는 더 많은 봉사를 더 잘하기 위해서다.

▲ 미용봉사활동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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