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유난히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이는 상당 부분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천성적으로 승부욕이 강하고 질투심이 많은 아이들이다. 대개 생애 첫 또래 친구들을 접할 때 친구의 물건을 빼앗으려고 하거나 혹은 자신이 우위에 있으려고 하는 몸짓을 보이곤 한다.

부모의 양육 태도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경쟁심을 부추기고, 형제자매나 친구들을 자주 비교하며, 점수나 등수를 강조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이를 승부에 집착하게끔 만든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아이에게도 그와 같은 인식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아이 스스로 과대한 자기 가치를 갖게 되는 경우 도저히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러한 아이는 마음속에 늘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다. 자신이 늘 최고가 돼야 한다는 것이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안겨다 주고, 주변의 친구들을 경쟁자로 인식하여 세상을 늘 긴장하면서 살아가게 되며,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며, 심한 경우 누군가 자신을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의심과 피해의식도 생기게 된다.

아이가 너무 승부에만 집착하다 보면, 과정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하고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성실함이라는 성격 덕목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오로지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겨서 몇 등인가 혹은 몇 점인지에만 몰두하게 된다. 이기기 위해 반칙이나 편법을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 지는 상황을 도저히 참기 힘들고 용납할 수 없으며 대단한 심적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아예 질 것 같은 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다. 자신이 최고가 되지 않는 상황 혹은 자신이 칭찬과 찬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또한 어려운 과제에도 도전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지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무슨 일이든지 간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기는 것이 꼭 중요한 것이 아니고 1등만이 최고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얘기해준다. 부모는 1등인 사람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고 바란다는 얘기도 해준다. 1등에 집착하다 보면 마음이 늘 쫓기게 되어 행복하지 않게 된다. 2등이 되면 “그래도 2등이니까 잘한 것이야”라는 식으로 긍정적 해석과 함께 자신을 칭찬해주고, 설사 꼴찌가 되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는 식의 자기 위로를 할 것을 가르쳐 주자.

또한 부모가 승부나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TV 스포츠 시합에서 1등 선수에게 찬사와 환호를 보내는 것을 멈춘다. 모두 열심히 해서 보기 좋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다. 경쟁적이거나 승부가 정해지거나 순위가 매겨지는 운동이나 활동을 피하고, 서로 협력적인 활동을 자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수영, 조깅, 체조, 자전거 타기, 등산 등의 운동이 좋고,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협주 등의 협력을 요하는 활동이 바람직하다.

적절한 좌절의 경험은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비록 좌절의 경험이 순간적으로 쓰라릴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또 생각보다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그만큼 아이는 성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미리 일러준다. 네가 아마 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 주면서 아빠 또는 엄마와 달리기 시합을 한다. 아이가 진 다음에는 “왜 진 것 같아?”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엄마가 어른이고 아빠는 더 크고 힘이 세니까요” 등의 대답을 할 때 “맞아. 네가 질수밖에 없어. 하지만 졌다고 해서 울거나 화를 내지 않으면 좋겠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중요해”라고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승부욕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경쟁에 붙여서 더욱 발전하는 미래의 나를 만든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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