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통일교육문화원 평화교육연구소장

 

비록 내가 ‘동학’에 일천하나 수운 최제우 선생을 흠모해왔다. 수운 최제우 선생의 삶과 사상 그리고 학문은 가히 내가 배우기에 충분하다. 선생은 40년의 짧은 삶이었고, 파란 많은 한평생이었다. 그의 죽음을 들여다보면, 비참하고 가슴이 아프다. 목판에 엎드려 참수당하고 효수됐기 때문이다. 죄목은 ‘좌도난정’이고 1864년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동학의 교조인 수운의 핵심사상은 ‘시천주(侍天主)’이다. 이는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 ‘논학문’ 편에 기록돼 있다. 시(侍)는 우리 안의 신령이고, 밖으로는 기(氣)이고, 주(主)는 우리가 부모를 섬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때문에 ‘시천주’는 단순히 성리학의 이(理)나 기(氣)가 아니고, 유일신인 하나님도 아니다. 수운 선생이 주창한 ‘시천주’는 모든 인간의 몸 안에 있는 신령한 영기로서, 때로는 인간에게 가르침도 내리고 동시에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지기(至氣)라 풀이 할 수 있다. 나아가 이것이 곧 인내천(人乃天)사상과 연결된다.

이렇듯 수운 선생이 위대한 것은, 외세의 침략이 노골화 되고 서양문명이 거칠게 밀려올 때 우리의 사상을 정립하였다는 데 있다. 이는 ‘용담유사’의 ‘안심가’에서도 서학과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고 한울님과 개벽을 강조하고 있다. 지사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행동한다. 뿐만 아니라 항상 학문에 정진하고 수신에 힘쓴다. 동학을 세세히 기록한 표영삼 선생의 기록을 살펴보자.

“언제 보아도 책을 펴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 이제는 주무시는가 하면 오히려 책을 보고 계셨고, 아침에 일어나 아직 주무시겠지 하고 그 앞을 지나면 벌써 책을 보고 계셨다.” 수운 선생의 양녀 주씨의 증언이다. 선생의 학문하는 자세는 우리가 마땅히 본받아야 한다.

결국 수운 선생은 외세와 서학에 대항했고, 마침내 부패한 조선왕조의 개혁을 위해 싸웠던 셈이다. 해서 당시 약 30만명의 동학교도들이 목숨을 잃었다.

동학에서 수운 선생에 이어 해월 최시형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해월 선생은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30년 동안 조직을 확대·정비하고 경전을 편찬했으며 교조의 신원운동을 전개했다. 또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깨우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한 사람이다. 1894년 1월 10일 전봉준 장군의 고부관아 습격을 시발로 동학운동이 일어나자 마침내 천명(天命)이라 선포하며 무장투쟁에 전력했다.

해월 선생의 가르침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사인여천(事人如天)이다. 즉 사람 대하기를 하늘님 대하듯 하라는 뜻이다. 이는 시천주, 인내천 사상과 모두 연결된다. 선생은 어느 정도로 사람을 귀히 여겼는가 하면 다음 구절에서 잘 나타난다. “道家人來 勿人來言 天主降臨爲言(도가인래 물인래언 천주강림위언)-도인의 집에 사람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고 하지 말고 하느님이 강림하셨다고 말하라.” “打兒卽打天矣(타아즉타천의)-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하늘을 때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수운 선생은 해월과 같은 경주 사람으로 3살 위다. 분단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동학의 두 현인에게 배울 점이 많다. 우선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서학과 외세가 밀려들어 우리 것을 앗으려 할 때 당당하게 맞섰다. “도는 천도요 학은 동학”이라는 동경대전의 구절이 그렇다. 두 번째, 두 사람 모두 배우고 깨치는 일에 게으른 법이 없었다. 제대로 아는 게 있어야, 즉 철학이 있어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은 나라가 부패하고 백성이 도탄에 빠졌을 때 홀연히 일어섰다. 그것이 이른바 1894년의 갑오동학혁명이다. 오늘날 통일문제도 마찬가지다. 우선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단합한 후에 주변국과 협력을 꾀하는 것이다. 또 정권이 타락하고 서민의 삶이 나날이 팍팍해질 때 그것을 혁파해야 한다. 전봉준 장군을 필두로 고부군수 조병갑을 내쫓았던 일을 생각해보자. 마지막으로는 사람이 가장 귀하고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정신을 새겨야 한다.

동경대전에서는 “동에 있는 사람이 서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동학사상이 분단된 한반도에 주는 교훈은 한 민족인 우리가 서로 귀히 여기며 ‘다시개벽’의 역사를 스스로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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