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3월 12일,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로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은 후 12년 만에 다시 대통령권한대행 시대가 열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등의 사유로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9일부터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가 이뤄진 것이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기도 한 대통령이 정상 직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국가·사회에 혼란을 가져다준 정치사의 굴곡이자 비극인 것이다.

엄중한 국정상황임을 감안해 황교안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방부 장관 등 3명의 각료들에게 긴급지시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혼란기를 틈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안보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했고, 외교부 장관에게 국제공조체계 유지를 당부했다. 또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는 사회혼란을 틈타 각종 사고나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헌법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행정부 비상사태를 맞아 튼튼한 안보·치안분야, 선제적 경제 대응 등 우선적으로 조치한 당연한 내용이었다.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첫 국무회의 주재가 대행 당일 오후 7시경 이루어졌고, 이 자리에서 황 권한대행은 국무위원들에게 소관부처의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주문했다. 오후 8시에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던바 주요내용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안보에 한 치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고, ‘국내 치안에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으로 혼란스런 시국에 국민이 불안하지 않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었다.

최순실사태 발생 후 두 달 가까이 정상 국정이 멈춰진 터라 국민 우려는 컸다. 박 대통령의 실권 상태에서 황 권한대행의 우선순위 국정로드맵에 따른 신속한 조치들은 국민 불안을 덜게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황 권한대행 체제에서 시급한 것은 국정공백이 없도록 하는 것과 안정된 국정이 다음정부로 연착륙되도록 하는 점이다. 특히 빈틈없는 안보 태세와 국가 신인도 유지에 힘쓰고, 경제에 관한 특단책을 강구해 각종 위험요소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국정 상황이 엄중할수록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 정부각료, 공직자들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안보·정치·경제 등 전 분야에서 국정이 누수(漏水)되지 않도록 전력투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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