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지금 국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있다. 물론 큰 이변이 없는 한 탄핵안이 가결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주류 측의 의견을 봐도 35명 안팎의 의원들이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계파 색채가 약한 당내 중도 그룹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까지 가세할 경우 탄핵안 가결 정족수의 200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탄핵 이후는 지금의 혼란스런 정국이 다소나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다.
탄핵과 대선정국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정치권 내부의 충돌이 더 컸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금은 정치권 내부가 아니라 청와대 권력과 국민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 시킨다고 하더라도 국민은 ‘즉각 퇴진하라’는 외침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헌재가 이미 탄핵심판에 들어갔다고 설명 하더라도 그것은 최후의 법리일 뿐이다. 헌재 결정이 언제쯤 나올지, 그 때까지 국민이 조용히 기다려 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시점이 차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대선 경쟁의 유불리에 따라 여야 정치권이 서로 다른 셈법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국민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자칫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청와대 권력의 몰락에 이어 국회 권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헌재 심판이 길어지고 경제 현안까지 벼랑 끝으로 몰린다면 우리는 정말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 바로 이런 점이다. 탄핵 이후에도 역시 정치가 문제라는 의미다.
정치권 특히 야권은 탄핵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후속 정치일정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를 거뒀다. 시장은 불확실한 미래를 가장 두려워한다. 지금이 IMF사태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도 오래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과 대선정국이 맞물려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남아있는 유일한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답해야 한다.
탄핵 이후엔 하루빨리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거부한다면 비상시국회의든 또는 정진석 원내대표라도 불러서 후속 정치일정을 논의해야 한다. 말 그대로 초당적 국정안정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향후 대통령 권한체제의 성격과 국회와의 관계 및 대선 일정 등도 논의하고 헌재에 대한 조속한 심리도 촉구해야 한다. 국정혼란과 정국불안을 최소화 시키려는 뜻이다. 자칫 탄핵 이후에도 정치권마저 당리당략으로 정쟁에 휘말릴 경우 국민의 촛불은 다시 여의도로 향할 것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