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브라함의 이삭 봉헌, 마르크 샤갈, 1966년

임준택 관광영어통역안내사/목사 

 

100세에 낳은 늦둥이 독자를 자신이 믿는 신에게 희생 제물로 바치라 한다면 고대 원시 종교 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이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다. 기독교 종교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렸을만한 주제 ‘아브라함의 이삭봉헌’을 샤갈의 작품을 통해서 성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7.7~1985.3.28)은 러시아 제국(현 벨라루스)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화가이다.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린다. 가난한 유대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밝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이었는데, 러시아, 파리로 유학을 하는 등 어려움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화가라고 볼 수 있다. 샤갈은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기독교적인 그림들을 많이 그렸는데, 파리의 국립 마르크 샤갈 성서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신앙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소재들을 보면 유대교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까지 포함하고 있다. 

①아브라함이 이삭을 장작 단위에 올려놓고 있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막 잡으려고 하는 찰나에 천사의 음성을 듣고 칼을 몸에서 거두고 얼굴의 표정에는 혼란과 긴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붉은 색의 물감으로 얼굴의 긴장과 놀람을 표현했는데, 막상 파란색의 천사는 눈을 감고 있다. 왜 눈을 감고 있을까? 그 믿음에 감동된 것일까? 막상 두려움에 떨어야 할 이삭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것이 연극인 양 한 쪽 눈을 감고 윙크하는 것 같다. 마치 이 사건의 결말을 알고 있는 듯 말이다.

②에서는 어린 숫양이 나무 아래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양은 이삭을 대신해서 제물로 바쳐지는데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확인한 후 손수 양을 준비하셨다. 그 뒤에는 한 여인이 두 손을 가슴 앞에 들고 있는데, 마치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것 같다. 성경의 본문에는 사라가 이 현장에 등장하지 않지만 샤갈은 사라가 결국에는 알게 된다는 것을 전제하에 사라를 등장시켰다.

③흰 옷을 입은 천사는 손으로 그림의 뒤쪽 ④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 사건이 예표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지심을 그려놓고 그림 중심에서 멀리 띄워놓았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 율법책을 들고 있는 유대인을 그려놓았고, 그 옆으로 두 여인이 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와 막달라 마리아, 십자가 뒤로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 단체로 죽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아마도 파란 옷을 입은 천사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죄 없이 죽어 가는데도 눈감을 수밖에 없는 천사의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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