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아득한 싱그러움 - 이경희
[마음이 머무는 시] 아득한 싱그러움 - 이경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득한 싱그러움

이경희(1935~  )

먼동 틀 무렵
잔잔한 새벽녘에
아날로그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딱!
조간신문이
외마디 인사로
안착을 한다

문밖
막, 물오르는 가지 타고
눈트는 연둣잎

아득한 싱그러움이
세월을
자욱이 감싸고 있노니…

 

[시평]

새벽에 깨어 있다가 보면, 아침신문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여 대부분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지만, 그래도 활자로 된 신문, 먼동이 틀 무렵, 잔잔한 새벽녘에 아날로그로 다가오는, 그러한 발자국 소리, 왠지 다정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새벽 대문 안으로 떨어지는 신문에는 세상의 많은 일들이 실려져 있다. 우리들 삶과 그 삶의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온갖 세상의 일들. 그러나 이러한 세상의 일들은 문밖 막 물오르는 가지를 타고 눈트는 연둣빛 잎, 그 연둣빛의 파릇한 새잎들이 열어가는 세상과는 분명 다른 것이리라. 

그러나 세상의 온갖 일들이 이제 막 물오른 가지를 타고 눈트는 연둣빛 잎 마냥, 아득한 싱그러움으로 우리들 세월을 감싸며, 우리들에게 아침마다 배달이 된다면, 그래서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이 우리들에게 아득한 싱그러움으로 펼쳐질 수 있다면, 이 세상 얼마나 좋을까. 요즘 같이 어수선한 세상, 불현듯 혼자 생각을 해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