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가 열린 가운데, 국내 주요 재벌 총수들이 국회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GS그룹 허창수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미래 연구 ‘싱크탱크’로 바꿔야”
전경련, 긴급회의 열고 ‘쇄신안’ 준비… 국조후 큰틀 나올듯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대기업 총수 9명이 총출동한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는 ‘정경유착’의 통로로 지적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탈퇴·해체·전환 요구가 빗발쳤다. 전경련의 주요 회원사인 삼성은 이에 수긍했고, 전경련은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국회 청문회가 열린 지난 6일,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존폐 기로에 섰다.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질의의 대다수를 받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을 탈퇴하겠느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의 압박 질문에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SK 최태원, CJ 손경식 회장도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반면 롯데 신동빈, 한화 김승연, 현대차 정몽구, 한진 조양호 회장은 전경련 해체·탈퇴에 반대했고 LG 구본무 회장은 개혁안을 제시했다.

전경련을 해체하고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구본무 회장이 이처럼 말했고, 7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기존 전경련을 해체해 새 싱크탱크로 출범할 수 있게 독려·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경련 해체·탈퇴” vs “전환해야”

삼성의 전경련 탈퇴 입장의 파장은 크다. 삼성은 전경련에 연간 100억원대의 회비를 내는 주요 회원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립 회장이 주도해 만든 전경련이었다. 하지만 손자 이재용 부회장은 ‘탈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은 1961년에 설립돼 소위 ‘재계 맏형’을 맡아온 지 55년이 됐다. 박근혜 정권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은 주요 기업에서 774억원을 거둬들였다. 이에 해체론까지 대두되면서 역사 속에 묻히느냐 혁신을 통한 변화를 꾀하느냐 기로에 섰다.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입장을 밝힌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 해체 요구에는 “재계 선배들도 많이 계신데 (전경련 해체를) 말씀드릴 수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현재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불미스러운 일에 송구스럽다”면서 “해체는 이 자리에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했다.

전경련을 해체하기보다는 새로운 단체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도 나왔다.

구본무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을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바꿔 친목단체로 남겨두는 게 제 의견”이라고 말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저명 학술·연구기관이다. 그동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이 전경련을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 연구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권력과 유착해 재벌 모금책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극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청문회에서 확인됐다”며 “전경련을 해체하고 기본 자산을 활용해 국가 대표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해체보다는 향후 쇄신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체와 전환 등이) 주 회원사의 의견이기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혁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 특검이 남아 있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청취해야 하기에 이후 구체적인 내용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전경련은 이승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과 SK 등 주요 회원사들이 탈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한 긴급 대책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전경련 자체 쇄신안에 대해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쇄신안은 국정조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큰 틀이 공개되고 특검이 끝나는 내년 3월 초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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