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판도라’ 스틸. (제공: NEW)

사상 초유의 재난 원전 사고 이야기해
최악의 사태 막기 위해 국민들의 사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제우스가 모든 죄악과 재앙을 넣어 봉한 채로 판도라를 시켜 인간 세상으로 내려 보냈다는 판도라의 상자. 판도라는 열어 보지 말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상자를 열어 버리는 바람에 인간의 모든 ‘불행’과 ‘재앙’이 그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판도라는 당황한 나머지 상자를 급히 닫아 버렸지만 ‘희망’만이 그 속에 남았다고 한다.

영화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국민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을 안겨 준 ‘판도라’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영화 ‘판도라’ 스틸. (제공: NEW)

내용은 이렇다. 40년 된 원전 한별 1호기가 있는 경남의 한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거리인 원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친구 ‘길섭(김대명 분)’과 함께 원전 노동자로 일하는 주인공 ‘재혁(김남길 분)’은 아버지와 형의 목숨을 앗아간 원전을 원망하며 고기잡이로 바다에 나갈 것을 다짐하지만 엄마 ‘석여사(김영애 분)’의 성화에 못 이겨 뜻대로 하지 못한다.

어느 날 예기치 못한 규모 6.1의 강진으로 원전 한별1호기에 충격이 가해져 폭발한다. 원전은 아수라장이 된다. 직원들은 방사성 물질을 뒤집어쓰게 되고, 인근 주민들은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에 처한다. 거대한 재난 속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 타워는 국정을 논할 뿐 대처할 매뉴얼도, 어떠한 결단도 하지 못하고 무능력할 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절미를 먹은 듯 답답하고 서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슴 아픈 사고인 세월호 사건과 경주 지진 등 먹먹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기득권층의 모습은 씁쓸했다. ‘이게 나라냐’라며 토요일마다 청와대 인근에서 촛불을 들고 외치는 국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원전보다 더 큰 재앙은 인간이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그 어떤 공포, 스릴러 영화보다 무서웠다.

▲ 영화 ‘판도라’ 스틸. (제공: NEW)

놀라운 것은 시나리오는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이전인 2012년에 완성됐다. 메가폰을 잡은 박정우 감독은 “영화적으로 볼 때 현실성은 90% 이상이다. 실제 존재하고 있는 공간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비슷하게 재연했다”며 “영화적인 영향으로 변형한 부분은 있지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내부 원자로가 어떻게 됐는지 일본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로 원전 재난을 영화를 기획한 제작진은 다방면으로 자료 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의 모델과 흡사한 세트를 구현했다. 원자력이 폭발하고 핵이 녹는 장면 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체 2419컷 가운데 1322컷을 CG로 작업했다. 그 결과 소름 끼치는 원전 사고를 그려냈다.

▲ 영화 ‘판도라’ 스틸. (제공: NEW)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덕도 크다. 배우 김남길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해 친근한 발전소 인부 ‘재혁’으로 분했다. 아울러 김영애와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김대명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주현은 ‘재혁’의 여자 친구이자 발전소 홍보관 직원 ‘연주’ 몫을 충분히 해냈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김명민이 재난 앞에 혼란을 겪는 대통령 역을 소화해 영화에 시너지가 됐다. 개봉은 7일.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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