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7법난기념관 사업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중심으로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사진은 조계사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수백억 불용액 쌓여 있고 감액 의견에도
내년 예산 228억 정부 원안대로 편성

조계종 “과거사 정리차원… 종교 지원 아냐”
홈페이지에선 ‘조계종성역화사업’으로 소개
‘세금 대거 투입’ 정교유착 우려 목소리도

[천지일보=황시연·백지원 기자] 10.27 법난기념관 사업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 원안인 228억원 그대로 반영됐다. 1500억원가량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부지 매입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혀 2년간 수백억원의 불용액이 발생했는데도 예산이 감액 없이 그대로 배정된 것이다. 
(본지 10월 24일자 : [10.27법난 기념관 ①] 수백억 예산에도 집행률은 고작 2%)

◆감액·재검토 의견에도… 또 228억 편성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예비심사보고서를 통해 10.27법난기념관 사업과 관련해 재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교문위는 “당초 토지매입은 2016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2015년 토지매입 예산이 사업주체(대한불교조계종)와 토지소유 간의 가격 격차로 대부분이 불용처리 됐는데 이러한 불용금액을 2017년에 다시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토지매입비·공사비 등의 예산 규모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부지매입가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사업이 지진부진하며 예산을 거의 사용하지 못한 만큼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불용액으로 수백억원의 예산이 쌓여 있는데도 정부는 새롭게 내년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제10차 예산결산특별소위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오제세 의원은 저조한 집행률을 이유로 감액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예결위 논의 과정을 거쳐 원안(228억원)대로 예산이 배정됐다. 그 이유는 ‘종교계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이날 소위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돈을 하나도 못 쓰는데 그냥 계속 가는 거냐. 좀 줄여서 가도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종교계인 조계종하고 약속된 사업이라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정 차관은 매년 예산을 이렇게 쓰지도 못하는데 계속 이월시켜야 되는 상황인지 아니면 지금 부지가 확보 안 됐기 때문에 이것을 순연해서 예산을 책정해도 무방한 것인지를 묻는 물음에선 “쌍방 간에 예산 현황을 맞춰 가지고 매년 지급돼야 하는 액수를 약속을 해 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다만 “일단 정부 원안대로 유지하고, 만약에 그 부분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면 그 부분은 따로 조정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조계종은 홈페이지를 통해 0.27법난기념관 사업을 조계종 성역화 사업으로 소개하며 신도들의 모연(모금)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조계종 홈페이지)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사업”으로 소개

조계종은 10.27법난기념관 사업을 ‘조계종 성역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계종은 홈페이지에서 10.27법난기념관을 조계종 성역화사업으로 소개하며 신자들에게 모연(모금)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에 150억원가량을 조계종이 자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모연동참을 호소하며 “한국불교중흥의 염원을 실현하는 대작불사”라면서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공간,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공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을 위해 조계종 총무원 일대가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불사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소개했다.

기념관 사업 토지매입 위탁을 맡은 부동산 관계자는 “조계종에서 모연으로 현재까지 100억원 이상 모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10.27법난기념관 추진은 법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목적으로 특별법에 따라 시행되는 사업이다.

과거 일부 언론에 의해 특정종교 특혜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조계종은 “단순한 종교단체 지원 사업이 아니라 특별법에 근거해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지원이 아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15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된 기념관이 조계종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면, 특정 종교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념관 건립보다 진상조사 선행돼야”

아울러 많은 국가지원금을 받아 10.27법난기념관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해 불교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민세금이 대거 투입되면서 정치권과 종교계가 유착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가불교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그런 돈(국가지원금) 때문에 정치권력으로부터 (불교계가) 자유롭지 못하다”며 “(불교계가) 국고지원금 때문에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우 교수는 “(국가로부터) 돈을 따온다는 건 사업을 벌인다는 것인데, (스님들이) 사업을 통해 예산 등을 확보하면 종단 내에서 힘을 갖게 된다. 또 정치인들은 종교계로부터 지지를 받는 건 하나의 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필요하지만 초점이 피해자 보상이나 진상조사가 아닌 도심에 많은 돈을 들여 기념관을 짓는 것에 맞춰진 데 대한 지적도 있다.

10.27법난은 1980년 10월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라는 명분으로 승려와 불교계 관계자를 강제로 연행·수사하고, 전국의 사찰 및 암자 등을 수색한 사건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종교가 핍박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과거 국무총리의 사과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특별법을 마련해 기념관사업이 추진됐다.

불교포커스 신희권 대표는 기념관 사업에 대해 “염불보단 잿밥이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며 “국가 폭력으로부터 불교계가 핍박 받은 사실은 분명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한 건 맞다고 보지만 (10.27법난에 대한)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고지원금의 경우) 받을 건 당당하게 받고, 받지 않아야 될 건 받지 않아야 된다는 원칙을 지키면 된다”며 “이 원칙을 잃어버리는 순간, 정당히 받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싸잡아서 욕을 먹고, 투명한 종교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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