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원.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워킹맘은 아니지만 워킹우먼”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선’
매우 공감돼 시나리오 읽자마자 OK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소원’의 강인한 엄마, ‘더 폰’의 살해당한 아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비밀을 간직한 교장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색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버리는 배우 엄지원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 여자 ‘지선’으로 돌아왔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워킹맘이자 싱글맘인 ‘지선(엄지원 분)’이 갑자기 사라진 딸과 보모 ‘한매(공효진 분)’를 찾아 나서는 5일간의 웰메이드 감성 미스터리다. 엄지원은 이혼 후 홀로 딸 다은을 키워온 워킹맘인 ‘지선’ 역을 맡아 호소력 짙은 열연을 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지원은 “워킹맘은 아니지만 워킹우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화 ‘미씽’에서 ‘지선’은 일하는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에요. 저도 워킹우먼으로서 제 일상도 ‘지선’과 비슷해요. 일 끝나고 집에 와서 쉬고 싶지만 끝나지 않은 업무를 정리하다 보면 밤이 깊고 피곤함에 지쳐 잠이 들죠. 다시 아침이 되면 하루를 정리할 새도 없이 촬영장을 가고 이런 것들이 사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에 치여 살면서 자신을 놓치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죠.”

▲ 엄지원.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엄지원은 ‘미씽’이 여자들의 얘기를 한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주저 없이 “OK”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는 “원래 시나리오를 읽고 늦게 답하는 편은 아니다. 집에 가던 길에 ‘미씽’ 시나리오를 매니저에게서 받고, 도착하자마자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마음이 이상했다”며 “보통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읽는데 이 영화는 지선의 감정으로 빠져들면서 읽게 됐다. ‘이 영화 뭐지 너무 좋다’고 생각을 하면서 한참 시나리오에 손을 대고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 매니저에게 ‘너무 좋은 책 줘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면서 바로 결정했다. 어차피 할 것이니까 바로 하겠다고 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매니저가 ‘그렇게 빨리 말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찍고 난 후 ‘지선’의 캐릭터가 비호감이어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 자신이 맡은 일도 못 하고, 양육권도 빼앗기고, 억지로 데리고 있는 아이도 돌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엄지원은 “감정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대부분 남성들이었다. 남성들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받아드리지 못하더라”며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지선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걸 잡아가는 것이 저의 숙제였다”고 설명했다.

“‘지선’이는 사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벌고, 일을 해야만 하는 여자예요. 일에 치이다 보니 정작 아이보다 일을 중요시하게 돼는 주객전도된 상황인 거죠. 그것조차 인지할 수 없이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면서 살다가 전부였던 아이를 잃어버리고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죠.”

▲ 엄지원.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속 엄지원의 의상은 겨우 3벌 정도로 적다. 처음엔 보라색 원피스로 커리어우먼인 ‘지선’을 표현했다. 이 원피스는 영화 후반부 외모를 신경 쓸 겨를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드러내며 찢김과 오염의 정도가 달라진다. 머리카락은 도시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밝은 컬러로 염색했다.

엄지원은 “‘지선’과 ‘한매’는 아주 다른 듯 하지만 결국 운명의 굴래 안에 있는 사람이다. (공)효진이와 저는 같은 길이의 단발머리로 자르고 시작했다”며 “‘한매’는 중국 사람이고 순박한 느낌을 주기 위해 검은 머리, 지선은 일하는 도시 여성이기 때문에 밝은 갈색으로 설정했다.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액션영화라고 생각될 정도의 강도 높은 촬영이 계속됐지만 엄지원은 육체보다 ‘지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더 힘들어했다. 그는 “제 대본을 보면 법대 가는 수준으로 포스트잇부터 메모가 잔뜩 돼 있다. 숙소에서 잘 때도 머리맡에 대본을 두고 자면서 ‘미씽’을 찍었다”며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겪게 되는 ‘지선’의 감정을 다르게 배분하고 절제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러닝타임 100분은 ‘지선’의 시선에 따라 진실을 마주하며 짧지도 길지도 느껴지지 않은 시간이다. 몸을 사리지 않은 엄지원의 열연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미씽’은 지난달 30일 개봉돼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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