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의료분쟁조정법 중환자기피법으로 전락 가능성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가 최근 공포·시행된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개정에 의료전문가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의협은 2일 입장을 밝히며 시행령 입법예고안 상에는 의료행위 결과 장애 1급이 발생할 수밖에 없거나 발생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 고시로 정하는 사항을 자동조정 사유에서 제외키로 했으나 이 문구가 통째로 삭제돼 시행규칙상 이의신청 사유에 대해 당초 법령 시행과 함께 공포될 예정이었던 고시제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고시제정 또한 시행이후 일정기간 제도운영 추이를 본후 고려하겠다는 정부 방침 등 의료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의협은 “지난 2016년 5월 29일에 공포된 분쟁절차 자동개시조항이 포함된 의료분쟁조정법의 경우 중환자 기피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높고 중환자를 진료하는 일부 진료과목에 대한 기피현상도 증가돼 결국 이 모든 피해가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갈 것을 막기 위해 이를 하위법령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의협에 따르면 의협, 병협, 의학회, 공제조합 등이 포함된 TFT를 구성해 하위법령 입법예고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철저히 분석하고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왔다. 또 관련 전문학회 등과의 전문가간담회 개최와 수차례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취합된 의견을 토대로 공식·비공식적으로 보건복지부 등에 의료계 입장을 개진하는 등 하위법령과 당초 법률 시행과 함께 공포가 예정됐던 고시제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의를 해왔다.

그럼에도 의협이 이처럼 의료분쟁조정법의 중환자기피법 전락을 막기 위해 하위법령 개정작업에 적극 협조했음에도 정작 최종 개정된 하위법령은 의료계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의협은 “그나마 시행규칙상 이의신청 사유를 통해 고시제정 여지를 남긴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해온 내용을 토대로 즉각 고시제정 작업에 착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협은 일각에서 그간 의협이 의료분쟁조정제도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연착륙되지 않고 그 때문에 분쟁조정 자동개시 조항이 통과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한 지적임을 분명히 했다.

의협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기존 의료분쟁조정법 자체가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형평성을 잃은 상황이고, 특히 벌칙에 있어서 차이도 상당하며, 기타 무과실보상, 대불제 등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가 단체로서의 정당한 의견 개진이었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나 국회, 시민단체가 정말 의료분쟁조정법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면 의료인을 의료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의료분쟁조정제도에 있어서 의료인에 대한 규제일변도 정책을 지양, 의료인과 환자에 모두 형평성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현장에서 발생될 문제점과 이로 인해 파생될 환자의 피해를 보호하고자 그간 정부와 비공식적 협의 등 긴밀한 협조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적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와 함께 고시제정을 포함해 대불금 비용 징수조항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문제 등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대책방안을 마련해 안정적인 진료환경 구축을 통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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