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서 이단 취급한 전 새빛등대교회 김풍일 목사
이름·교회·교단명 바꾸고 한기총 신천지대책위원장 감투
“한기총, 신천지 대책 없어… 김노아가 맡겨달라 자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천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전면에 김노아 목사를 내세우면서 자중지란 하는 모양새다. 과거 ‘이단’으로 규정해 한국교회가 배척했던 김 목사를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세우며 거센 내부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반발을 감수하면서 그를 위원장에 앉힌 배경은 신천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한기총의 궁여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이단 논란’ 김풍일, 이름 바꾸고 한기총 가입

김 목사는 지난달 24일 한기총 신천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달고 서울 관악구 세광중앙교회(당회장 김영환 목사)에서 ‘신천지대책특별말씀집회’를 개최했다. 당초 집회는 지난 8월로 예정됐으나, 당시 한기총 내부의 강한 반발로 취소됐다. 김 목사가 신천지대책특별위원장으로 나선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집회는 석 달이 지난 11월에 열리게 됐다.

특히 그의 이력과 교리가 문제가 됐다. 과거 예장통합 등에 의해 이단으로 규정됐던 목사에게 어떻게 신천지특별대책위원장 감투를 줄 수 있느냐는 반발이 불거졌다. 한국 기독교 주류세력들이 내세우는 이단 규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될 우려가 있었던 것. 또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김 목사의 교리 논란도 다른 회원교단들에겐 찜찜한 문제였다.

김노아 목사의 개명 전 이름은 김풍일이다. 그가 김풍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 2009년 예장통합은 교리 등을 문제 삼아 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4년 후인 2013년 김 목사는 이름과 소속 교단, 교회 명칭까지 모두 바꾸고 한기총 가입을 꾀했다. 그는 예장성경총회 새빛등대중앙교회 김풍일 목사에서 예장성서총회 세광중앙교회 김노아 목사로 탈 변신했다. 당시 한기총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 이단 해제 문제로 혼돈을 겪고 있던 시기였고, 그 혼란을 틈타 김 목사가 속한 성서총회가 한기총 소속 회원 교단으로 가입한 것이다. 이름과 교단 등은 바꿨지만 그의 교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교계언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한기총 가입 → 탈퇴 → 가입

김 목사는 한기총에 가입한 이듬해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와 손을 잡으며 한기총에서 한 자리를 꿰찼다. 홍 목사는 김 목사를 한기총 공동회장과 신천지대책위원장으로 세웠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홍 목사가 이단해제 논란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홍 목사는 한기총 내 화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임하면서 두 사람은 한기총에서 힘을 잃었다. 게다가 당시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홍 목사가 이단 재검증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었다. 급기야 홍 목사는 한기총에 소속된 교단인 예장 합동에서 탈퇴했다. 이후 홍 목사는 세계기독교총연합회의 총재를 자신이 맡고, 대표회장에 김노아 목사를 세웠다.

하지만 함께 한기총을 나온 두 사람의 관계는 올 초부터 완전히 틀어지기 시작했다. 홍 목사가 돌연 김 목사가 이름·교회·교단을 개명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김 목사의 교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장로교법에 맞지 않는 교리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홍 목사는 김 목사에게 세기총 대표회장 사퇴를 요구했다. 장로교법에 따라 안수를 받지도 않았고, 교단 내에서 목사를 임명하면서 안수를 하지 않고, 임명장만 발급을 해줬다는 것이다. 이런 홍 목사의 태도변화에 김 목사는 세기총 대표회장직을 사퇴하고, 다시 이영훈 목사가 이끄는 한기총에 들어갔다.

이후 돌아온 김노아 목사를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기총 신천지특별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김노아 목사는 지난 8월 이영훈 대표회장과 자신의 사진을 담은 신천지대책 특별세미나 포스터를 공개하며 한기총 복귀를 알리려 했다. 하지만 결국 내부 반발로 집회가 무산됐고, 그 후 석달여 만에 위원장으로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전쟁 선포했는데 무기는 없고…”

한기총이 이처럼 명분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내부 반발의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김 목사를 대책위원장으로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가 입수한 녹취 자료에 따르면 한기총 한 관계자는 “한기총에서 CBS와 (함께) 신천지에 전쟁을 선포했는데 전략 전술도 없고, 무기도 없고, 실탄도 없었다”며 “신천지에게 되받아 공격을 당해 우왕좌왕하니까 김노아 목사가 ‘내가 그런 자료가 많으니까, 내가 한 번 해볼테니까, 나한테 특별위원장 자리를 주라’고 해서 임명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신천지에 맞서 전쟁을 선포하기는 했으나 막상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김 목사가 나서겠다고 하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한기총이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교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던 단체를 검증 없이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기총은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정통성을 지적 받으며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가 한기총의 신천지대책위원장에 임명돼 교리 논쟁에 나서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김 목사에 대한 자격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이면서 한기총과 김 목사의 선택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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