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이 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 4월 말 사임’과 ‘내년 6월 말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안정적인 정권이양’과 ‘차기 대선준비 기간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보자면 새누리당의 주장은 의미가 크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공식 천명한 것이며, 차기 대선도 ‘조기’에 치르자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국민의 하야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 차원의 화답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선언이 급선무

새누리당이 갑자기 당론으로 ‘박 대통령 사임’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탄핵 표결이 임박한 시점에서 어떻게든 탄핵은 피해보자는 절박함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이른바 최소한의 ‘질서있는 퇴진’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사임이 확정될 경우 굳이 탄핵절차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도 어차피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바에는 탄핵보다 질서 있는 퇴진이 낫다고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내 친박계가 두 말 없이 동의한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당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남아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조속히 ‘하야’를 직접 선언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그 법적인 효력만큼은 내년 2월이든 또는 4월이든 대선일정에 맞추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헌법 71조 등을 근거로 새로운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함으로써 과도내각을 구성케 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후속 정치일정은 과도내각의 새 총리와 논의하면 된다. 새누리당이 말한 안정적인 정권이양의 헌법적 방식이라 하겠다.

이렇게 되면 굳이 탄핵에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다. 사실 탄핵 절차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곳곳에 지뢰가 적지 않다. 내년 초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임기를 마친다. 자칫 7명의 재판관으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결정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헌재 심판이 언제쯤 끝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길게는 내년 하반기까지도 갈 수 있다. 그렇다면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돼서 내년 하반기까지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연 이런 방식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원하는 국민의 뜻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택한 ‘4월 사임’과 ‘6월 대선’은 야권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시점은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발표하고 동시에 과도내각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정치권은 과도내각을 이끌 후임 총리를 인선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박 대통령의 하야 발표 시점은 아무리 늦어도 탄핵절차에 들어갈 오는 9일 이전에 해야 한다. 이마저도 협의가 안 되거나 박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그 때는 탄핵 외 다른 방법이 없다. 일단 지금은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략보다 국민과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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