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詩

이관묵(1947~  )

오늘은 혼자 시골집에 들러
벽을 헐고 하늘을 곱게 갈아 끼웠다
하늘이 울창하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덜컹거리지 않도록 굵은 철사로 동여맸다

나는 가끔 새를 입고
하늘이라고 믿었던 곳까지 걸어가
생각에 잔뜩 하늘을 묻히고 왔다

 

[시평] 

하늘은 다만 우리의 위에만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늘은 우리의 위에도 또 옆에도, 아니 우리의 아래에도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하늘은 우리의 가장 먼 곳이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장 힘이 들고 또 외로울 때 우리도 모르게 찾는 것, 그것이 하늘이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고픈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 하늘이다.

그래서 시인은 혼자 아무도 없는 시골집에를 찾아 가서는, 벽을 헐고 하늘을 곱게 갈아 끼운 것일까. 그렇게 하늘을 만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덜컹거리지 않도록 굵은 철사로 그 울창한 하늘을 동여맨 것일까. 그래서 새를 입고 하늘이라고 믿고 있는 곳까지 하염없이 걸어간 것일까. 그런 것일까.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수많은 생각에 잔뜩 하늘의 무구(無垢)함을 묻히고는 돌아온 것일까.

하늘은 다만 우리의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은 우리의 위에도 또 옆에도, 아니 우리의 아래에도 언제고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힘이 들고 외로울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하늘을 찾고 하늘에 의지를 한다. 하늘에, 그 하늘에 그 누가 계셔서가 아니다. 하늘은 다만 우리의 하늘, 그 하늘이기 때문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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