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16 가정폭력방지 정책 심포지엄’에서 ‘형사사법제도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법부의 개입방안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피고인은 자신이 꿈꾸던 행복한 가정생활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피해자에 대한 원망으로 순간적으로 격분에 휩싸인 나머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정불화 속에서도 자녀들을 양육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고….”

위 사례는 가정폭력으로 배우자(아내)를 살해한 경우 내려진 법원의 판결문 중 일부다. 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16 가정폭력방지 정책 심포지엄’에서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폭력’보다 ‘가정’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판시하고 있는 법원의 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원 교수는 “법원은 가정폭력으로 피해자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감경 처벌하기 위한 이유를 찾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자녀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원만한 관계를 유지를 요구하는 판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여전히 가정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원 교수는 가정폭력 피해자(아내)가 가정폭력 행위자를 살해한 경우에는 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심리적으로 ‘학대증후군’이 나타나는 심각한 상황에서 행한 우발적 살인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벌의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폭력을 피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또 다른 범죄가 될 수 없을 경우에는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져야 하며, 정당방위의 인정은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원 교수의 주장이다.

원 교수는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원 교수는 “폭력의 재방 방지를 위해 폭력 발생원인과 가해자의 위험성, 폭력의 유형 등을 포함한 주요 요인들을 기준으로 가해자를 유형화하고 그에 따라 처벌과 치료를 통한 성행의 교정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병행해 이뤄져야 하지만, 가해자의 행정교정을 강조하는 것이 곧 ‘가정보호’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사법기관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징을 고려해 가해자의 성행을 교정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일회적인 ‘부부캠프’는 진정한 의미에서 화해라기보다는 가해자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제도일 가능성이 높다”며 “화해제도의 경우 가해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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