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김지윤 기자]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책임질 한국은행의 수장자리에 김중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대사가 내정됐다. 출구전략 추진 시기, 물가 안정 등 신임 한은 총재의 과제가 쌓여있는 가운데 김 내정자의 발언으로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외 충격에 큰 악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며 “금융위기 이후 과거보다 통화정책 시차가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기간이 단축된 만큼 경기회복을 확인한 뒤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그리스와 같이 섣불리 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돌발적인 대외 변수가 발생하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해 경기회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이성태 현 한은 총재와는 상반된 의견을 보여준 셈이다.

김 내정자는 국제공조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 교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국가 간 긴밀한 공조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OECD 대사를 거치면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체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은행이 독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책방향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이 독립된 통화정책 기관이라기보다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 내포됐다.

경기회복과 관련해 김 내정자는 “아직도 상당한 긴장상태”라며 “생산보다 산출이 많지 않아 인플레 압력이 강하지 않다”고 말해 물가보다 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

김재은 현대증권 연구원은 “성장을 중시하는 김 내정자는 외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빠른 원화 강세가 진행될 경우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키 위한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23일 국무회의를 거쳐 별도 청문회 없이 한은 총재에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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