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딸

삶에 치인 워킹맘 지선 통해
현실적인 공포 섬세하게 묘사

女배우 투톱에 女감독까지
보기 드문 여성 중심 영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위대한 모성은 자비로운 어머니인 동시에 무서운 어머니며 창조와 보존의 여신인 동시에 파괴의 여신이었다.’ -A.L. 헉슬리의 ‘어머니’-

당신의 딸이 보모와 함께 사라진다면 어떨까.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라면 그 누구도 가만히 앉아만 있지 않을 것이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워킹맘이자 싱글맘인 ‘지선(엄지원 분)’이 갑자기 사라진 딸과 보모 ‘한매(공효진 분)’를 찾아 나서는 5일간의 웰메이드 감성 미스터리다. 영화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상 속 두려움을 바탕으로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을 선보인다.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다음은 ‘지선(엄지원 분)’의 시점으로 영화 줄거리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한매, 오늘도 늦어. 다은이랑 먼저 자.’

오늘도 한매한테 문자를 보냈어. 남편과 이혼 후 딸 ‘다은’이를 키우기 위해 드라마 외주 홍보회사에 들어가 팀장이 된 이후로 칼퇴근은 꿈도 못 꾸고 있어. 한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겠어. 전에 있던 보모가 다은이를 다치게 하는 바람에 6개월 전에 옆집 보모로부터 한매를 소개받았는데 자기 친자식처럼 잘 돌봐주더라고.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있는 날이었어. 다은이 아빠와 양육권 문제로 한판 하고 늦게 제작발표회 현장에 갔다가 밤 10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했지. 드라마를 보고 보도자료를 쓰려고 TV를 켰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거야.

“한매~. 한매? 한매! 다은아! 다은아!”

집안 어디에도 한매와 다은이가 없었어. 한매 전화도 꺼져 있고. 다급한 마음에 옆집 보모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전화했는데 자신은 돈 받고 소개만 해줬다는 거야. 그때 집 앞을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봤어. 다리를 쩔뚝거리며 걸어가더라고. 저 사람은 누구지.

뒤늦게 신고를 하려고 경찰을 찾아갔어. 신분증을 조회했더니 한매라는 사람은 다른 얼굴이었어. 사진을 달라는 경찰의 말에 핸드폰 사진첩을 보는데 사진이 없는 거야. 분명히 있었는데. 분명히 같이 찍었는데. 어떻게 될 걸까. 한매는 누구고 우리 다은이는 무사한 걸까.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한매’와 다은이가 사라지기 전까지 지선은 직장에 치이고, 남편에 치여 기댈 곳도 설 곳도 없었다. “이래서 여자를 뽑으면 안 돼요”라는 직장 상사 밑에서 연신 허리를 숙여 사정을 말한다. 아이의 엄마, 여자라는 이유에서다. 아이에겐 관심도 없는 전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가려고 애를 쓴다. 발버둥 쳐봐도 ‘지선’에게 돌아오는 건 가정에도, 직장에서도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난뿐이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지선’에게 ‘다은’이는 삶의 목적이었으며, ‘한매’는 구원자와도 같았다. 그런 두 존재가 사라진 ‘지선’은 상실감과 불안감에 아이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어느 엄마가 아이를 잃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겠는가. ‘지선’은 다은이를 찾기 위해 ‘한매’가 했던 말과 행동을 단서로 그의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매’의 과거에 한 발짝씩 발을 디딜수록 자신의 발등을 찌른다. 천사 같던 ‘한매’의 거짓말보다 무서운 진실을 알기 위해 그를 찾아야 한다.

메가폰을 잡은 이언희 감독은 “살아가면서 본인의 개인적인 생활이 중요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생각했다”며 “여자로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주변의 변화된 상황과 내 또래 여자들의 갈등을 반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씽’은 여배우와 여감독이 중심인 여성 중심의 영화다. 여성 주연 영화가 가뭄에 콩 날 듯 나오는 영화계에 엄지원·공효진을 투톱으로 내세운 상업영화가 기세를 떨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전면에 나선 두 여배우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 애정은 연기로 드러났다. 실제로 가정과 일을 병행하고 있어 워킹맘의 심정이 이해됐다는 엄지원은 아이를 엄마의 절박한 심정에 몰입해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공블리의 매력을 한껏 뽐냈던 공효진은 이 영화에서 180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수십개의 점을 얼굴에 찍고 촌스러운 의상을 입은 채 어눌한 대사 톤을 연기해 비밀스러운 ‘한매’로 완벽 분했다.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지선’이 ‘한매’의 과거를 따라가는 장면에서 당시 상황이 재연되면서 오버랩되는 덕분에 늘 함께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든든한 조연들의 역할도 컸다. 박해준, 김희원, 조달환 등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특히 안마방 주인으로 등장하는 김선영은 신스틸러였으며, 무거운 이야기 전개에 숨구멍이 됐다. 개봉은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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