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 국가경제 파탄죄지만 믿는 사람 거의 없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서관희 처형사건과 `닮은꼴'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자로 몰려 지난주 평양에서 총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18일 "북한 당국이 지난주 평양시 순안구역의 한 사격장에서 박 전 부장을 총살했다"며 "화폐개혁의 실패로 민심이 악화되고 김정은 후계체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자 모든 책임을 박 전 부장에게 씌워 반혁명분자로 처형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들 소식통은 또 "박 전 부장에게 `혁명대오에 잠입한 대지주의 아들로서 계획적으로 국가경제를 말아먹었다'는 죄목이 씌워졌다"면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처형된 서관희 전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 사건과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들 소식통은 그러나 "북한의 엘리트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박 전 부장에게 씌워진 죄목에 대해 거의 믿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 지도부가 박남기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해 민심이 악화되자 1997년 9월 서 전 비서에게 `이력기만과 간첩' 죄목을 씌워 평양에서 수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했다.

박 전 부장의 경우 지난 1월 중순 중앙당 간부 전원이 모여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하는 `중앙당 대논쟁' 자리에서 호된 비판을 받은 뒤 곧바로 구속돼 국가안전보위부의 취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1월4일),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종업원 궐기모임(1월9일)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 부분 현지지도를 거의 빠짐없이 수행했으나, 김책제철소 궐기모임을 끝으로 북한 언론매체 보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편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도 이날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남기 전 부장이 이달 초 모든 책임을 지고 총살됐다는 소문이 평양에서 나돌기 시작해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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