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법안에 피해보는 기업 사례 속출

#. 중고자동차 수출업자인 A씨는 얼마 전 관할 세무서로부터 고지서 한 통을 받았다. 지난해 중고자동차를 수출하면서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매입세액’으로 공제받았던 1억 5000만 원 가량의 세금을 다시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의 규정에 의해 그동안 A씨가 세금을 환급받았던 중고자동차가 사실상 신차로 판단돼 세금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세무서 측의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법에 따라 중고자동차를 수출하고 세금을 공제 받아왔던 A씨는 중고차와 신차의 기준이 무엇인지 전문가를 찾아가 관련 법안을 확인했다. 그 결과 A씨는 세무서 측의 주장이 관련 부처의 질의회신 확인에 따른 판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이 같은 불분명한 법안 개정으로 관련 부처와 업체 간의 논쟁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중고자동차수출 조합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사례로 세무서로부터 통지를 받은 기업이 8개 업체이며 금액은 20억 원 가량이다. 이후 추가 조사 결과 집계된 업체 수는 130여 개, 금액은 1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개정안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특례)가운데 중고자동차의 범위 조정에 해당된다.

기존 법안은 중고차매매업자가 사업자가 아닌 개인으로부터 중고차를 매입하는 경우, 물건을 산 가격(매입가액)의 일정비율 만큼 세금을 공제해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법안이 개정되면서 출고 후 1년 이내에 수출되는 중고차를 공제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고차의 범위를 축소 조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신차를 중고차로 위장, 수출해서 매입세액공제를 받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개정안에 따른 관련 부처와 업체 측의 주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하지만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중고자동차 수출조합은 국내 1000여 개의 중고자동차 수출업체와 그 임직원들, 관련 업계(수출운송, 정비업체)들을 대표해 개정안과 정책 개정에 대한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으며 앞으로 법안 철폐 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 중고자동차 수출조합의 핵심 관계자는 “개정안대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1년 미만의 중고차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4억 달러 가량의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중고차 수출 실적악화와 수출업계의 대규모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중고자동차수출조합에 따르면 2009년 중고자동차 수출은 26만 4742대로 금액으로는 13억 6200만 달러에 달한다. 그 중에서 1년 이내 차량은 5만 8000여 대로 전체 수출 금액은 4억 달러 규모다.

그는 이어 이번 개정안의 사유가 신차를 중고차로 위장하기 때문이라는 정부 측의 설명은 중고자동차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오류로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 러시아로 수출되는 중고자동차가 속초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 속초시청)

자동차 관리법 제2조에 따르면 중고자동차라 함은 ‘자동차(이륜자동차 제외)의 제작∙조립 또는 수입한 자로부터 법률행위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자동차를 취득한 때로부터 사실상 그 성능을 유지할 수 없을 때까지의 자동차’를 의미한다.

국토해양부는 신조차를 ‘제작사가 제작∙조립한 자동차 또는 수입한 자동차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재산권 행사를 하기 이전의 자동차’로 정하고 있으며, 신조차 이외의 자동차를 중고자동차로 정의하고 있고 임시운행이 허가된 국외에서 등록된 자동차도 중고차에 포함한다.

관세청의 통계통합 품목 분류표상에서도 신조차는 제작사가 신규로 제작∙조립한 자동차로서 국내∙해외에서 운행을 위해 등록한 사실이 없는 자동차로 분류하고 그 이외는 중고차로 분류한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A씨와 같은 피해 사례도 중고자동차에 대한 정의 및 법안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비슷한 피해사례를 주장하는 한 중고차수출업자는 “법에 입각해 중고자동차를 수출하고 세금을 공제 받은 것인데 이제 와서 다시 세금을 토해내라고 하니 정말 막막하다”며 “관할 세무서는 법에 고시되어 있는 중고자동차의 정의에서 벗어나 중고차를 사실상 신차에 해당된다는 등의 판단으로 이 같은 행정 처분을 내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자동차제조회사를 관할하는 다른 세무서에서는 “등록 말소 후 수출한 차량은 중고차이므로 개별소비세 환급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관련된 업체들의 건의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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