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서울과 강원 홍천 사이의 70여km 구간에서 직접 시승한 신형 그랜저IG 주행 모습 (제공: 현대자동차)

30~40대층 선호 경향
인기 수입차와 닮아
미국선 G80에 양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30년간 국내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랜저’가 6세대 신형 ‘그랜저IG’로 다시 태어났다. 직접 시승해본 신형 ‘그랜저IG’는 수입차를 선호하는 국내 젊은 세대에 최적화한 모습이었다.

지난 25일 열린 ‘그랜저IG’ 언론 시승회는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과 강원 홍천군 샤인데일CC 사이의 총 72.5㎞ 거리를 왕복하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그랜저 3.0 가솔린 모델이었다.

변신을 거듭한 그랜저는 중후한 의전 차량에서 직접 운전을 즐기는 30~40대를 위한 젊은 차로 또 다시 거듭났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랜저는 국내 시장 전략차로 선회했다.

▲ 신형 그랜저IG 내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30년간 국산 고급차 대명사

현대차 준대형 고급 세단 그랜저는 1986년 처음 탄생했다. 처음엔 각이 진 형태의 디자인으로 인해 ‘각 그랜저’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국내 고급차의 대명사였다. 2세대 뉴 그랜저는 좀 더 부드러운 외관과 승차감을 갖췄다.

이어 1998년 3세대 그랜저(XG)는 1999년 에쿠스 출시를 앞두고 날렵한 스타일로 변모했다. 2005년 4세대 그랜저(TG)는 지금의 일자로 이어진 리어 테일램프의 시초다. 2011년 5세대 그랜저(HG)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시스템을 탑재했다.

6세대 신형 그랜저(IG)는 스포티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옆모습과 후면 유리창이 넓고 낮게 흘러내리는 라인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입차 재규어XJ를 닮았다. 뒷모습은 링컨MKZ를 닮기도 했다.

높은 가격에도 수입차의 중형·준대형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분석해 국산차 선호를 회복하기 위한 현대차의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더구나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고급차 시장을 담당했던 그랜저는 미국 시장 진출을 제네시스 G80 등에 양보했다. 중형차 쏘나타에 매력을 잃은 고객들이 수입차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신형 그랜저가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신형 그랜저는 고급차를 갖고 싶은 30~40대를 공략할 차량이 됐다.

시승회에서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류창승 이사는 “그랜저IG 사전계약자는 30~40대가 48%를 차지해 기존 5세대 모델인 HG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며 “앞으로 젊은 고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신형 그랜저IG 전면 ⓒ천지일보(뉴스천지)
▲ 신형 그랜저IG 후측면 ⓒ천지일보(뉴스천지)

◆‘스마트 패키지’ 수요 늘어

젊은 수요층을 확보한 ‘그랜저IG’는 디자인뿐 아니라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요소들이 대거 반영됐다.

각종 첨단 운전지원 시스템이 적용된 ‘현대스마트센스 패키지’ 선택은 29%를 차지했다. 전면 유리창에 정보가 표시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선택은 23%에 이른다. 특히 현대스마트센스는 차선이탈방지(LKAS) 등 제네시스 EQ900에 탑재된 첨단 주행보조 장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구성됐다.

기존 블랙 색상과 더불어 화이트와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메탈 카키’ 색상 선택 비율도 높다. 내장은 고급감이 느껴지는 ‘브라운’과 ‘베이지’의 선택 비율이 높았다.

인테리어 소재는 가죽 시트와 벨벳을 적절히 활용해 부드럽고 착좌감도 나쁘지 않았다. 도어트림은 인조가죽과 알루미늄 소재가 조화를 이뤘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젊은 층이 타더라도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변모했다.

▲ 신형 그랜저IG의 비대칭 내비게이션 모습 토요타 미라이를 닮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형 그랜저IG는 세타2 개선 2.4리터 GDi(가솔린), 람다2 개선 3.0리터 GDi(가솔린), R2.2리터 e-VGT(디젤), 람다2 3.0리터 LPi(LPG) 모두 4가지 엔진을 탑재한다. 3.0리터 가솔린 모델은 이전 모델 대비 최고출력이 270마력에서 266마력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고회전보다 실용 영역에서 응답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사전계약자의 42%는 세타2 개선 2.4 가솔린 모델을 택했다. 최근 세타2 엔진은 결함 논란이 있어 향후 우려가 되는 대목이긴 하다.

승차감은 안정감이 느껴졌다. 요철을 넘을 때도 울렁거림이 빠르게 없어졌다. 현대차 측은 “전륜은 플랫폼 지오매트릭을 개선하는 등 신형 서스펜션을 적용해 충격 여진감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핸들링도 나쁘지 않았다. 샤프트나 토션바 강성을 증대하고 조타 정밀도를 위해 전자제어장치(ECU) 처리 속도를 높였다. 3.0 모델에 적용한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감이 부드러웠다. 현대차 측은 “기어비를 11% 높여 즉각적인 응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일반·스포츠 모드에 ‘스마트 모드’가 추가됐다. 운전 습관에 따라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나 스포츠 모드 등으로 바꿔준다. 연비도 높아졌다. 가솔린 3.0 GDI의 경우 복합연비가 10.1㎞/ℓ이며 실제로 주행을 해보니 11㎞/ℓ대가 나왔다.

정숙성과 강성도 높였다. 소음·진동(N.V.H.)의 감소를 위해 부시증대, 휠 강성 증대, 엔진 쪽 흡차음 증대, 도어 부분에 실링을 3중으로 하는 등 신경을 썼다. 안전성을 위해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으로 핫스탬핑을 34% 높였다.

현대차는 올해 홍수 피해와 노조 파업, 결함 이슈 등 잇단 악재를 겪으면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지만,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신형 그랜저를 통해 내수 회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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