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이 금연운동의 활동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을 만나다

“담뱃갑 경고그림 종류·면적 늘리고, 담배광고는 없애야”
“금연정책은 흡연자 건강을 위한 것… 괴롭힐 목적 아냐”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후두암으로 구멍이 난 목’ ‘구강암에 걸려 뒤틀린 입술’ ‘폐암으로 썩어버린 폐’…. 12월 23일 이후 반출될 담뱃갑 경고그림 10종 중 일부다. 혐오감 상승에 따른 판매량 하락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상인들은 울상이다. 흡연자와 담배회사 등의 반발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무시무시한 경고그림은 시민들에게 금연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금연을 생각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뿐 아니라 지난해 1월 시행된 담뱃값 2000원 인상 등 여러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고, 사람들의 담배에 대한 인식을 깨우는 금연 투사가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20년간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58) 회장이다. 그 또한 11년간 담배를 피워온 사람이었기에 흡연자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서 회장은 28년째 금연의 길을 걷고 있다.

1988년 담배 관련 발표 글을 준비하다가 흡연의 해로움을 깨닫고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그는 흡연자 입장에선 ‘금연’이라는 말이 불편할 수 있지만, 담배의 해로움을 안 이상 금연운동은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본업이기도 한 서 회장은 금연할 당시 나만 끊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의문이 들어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금연클리닉을 열었다. 그러나 병원에서만 이뤄지는 진료로는 많은 흡연자를 금연시키기엔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에 당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창립에 앞장선 김일순 초대회장을 도와 협의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김 회장의 후임으로 6년째 협의회를 이끌어온 서 회장을 만나 금연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담배, 어떻게 해롭나.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 뇌혈관, 3위 심혈관 질환인데, 이를 일으키는 모든 주요 위험인자가 바로 담배다. 물론 담배만이 암과 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 담배는 69종의 발암물질이 확인된 기호식품이다.

- 금연운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담배회사의 방해다. 금연정책을 펼 때 이익을 많이 내는 담배회사들이 조직적으로 로비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에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의료인 등은 담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담배회사를 모니터링하지 않고는 담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담배회사는 돈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갖고 있다. KT&G의 경우 1년에 약 1조원의 순이익을 내기 때문에 엄청난 돈으로 로비를 한다. 언론사에 광고 등으로 회유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다. 요즘엔 잘 모르겠지만, 과거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증거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

- 정부 또는 보건복지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보는가.

담뱃값이 평균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그나마 31위가 됐다. 아직도 후진적이다. 1위 국가가 한 갑에 1만 5000원인 것에 비하면 1/3 수준도 되지 않는다. 또 12월 23일 반출될 담뱃갑의 경고그림 면적도 더 넓혀야 한다. 호주는 경고문구와 그림 등으로 담뱃갑 전체를 덮고 있고, 태국의 경우에는 면적과 문구를 합해서 85%이다.

반면 우리나라에 향후 도입될 경고그림은 문구를 합해도 50%밖에 안 된다. 아울러 담배소매점 또는 편의점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담배 광고를 없애야 한다. 심지어 담배는 진열해놓는 것도 안 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담배소매점에서 담배 진열하는 것을 막고 있는데, 이는 담배 자체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기 때문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의 경우는 향후 그림 추가도 해야 하고, 적당한 시기에 교체도 자주 해줘야 한다. 오랫동안 똑같은 사진을 보면 익숙해져서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흡연자 측에서는 내 돈 내고 피우는 담밴데 담뱃값 인상과 흡연구역 감소 등 제약만 심하다는 지적이 있다.

흡연자는 ‘왜 우리를 괴롭히느냐?’ ‘담배 좀 편하게 피우게 해 달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흡연을 마음껏 하게 해달라는 주장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마치 자살이나 자해할 권리를 달라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다. 왜냐하면 담배는 자기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간접흡연으로써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금연정책은 흡연자의 건강을 위한 것이지 결코 흡연자를 괴롭히기 위한 운동은 아니다. 이를테면 가족 간에 아내가 금연을 부탁하고, 자식도 ‘아빠, 담배 좀 끊어’라고 말하는 것은 듣기 싫은 잔소리일 순 있어도 흡연자를 괴롭히는 행위는 아니지 않은가.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가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담뱃값을 올릴 때 세수 증대에 관심을 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흡연자도 이 기회에 금연하면 지금까지 내던 담뱃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금연은 지금까지 건강 망치면서 불필요하게 세금 내던 것으로부터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금연정책을 편다는 것은 담배회사와 싸우는 행위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경기 북부 금연지원 센터에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센터를 찾는 흡연자들에게 담배회사에 관해 물어보면 ‘내가 좋아하는 담배를 만드는 곳이니 친구처럼 생각한다’라고 말하지만, 5일간의 교육을 받고 나면 ‘담배회사의 이익을 위해 내가 농락 당했구나’라고 생각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담배 때문에 매년 6만명이 죽는다고 한다. 이를 알고도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가 계속 팔고 있다면, 국가·국민은 그걸 가만히 놔둬야 하는가. 당연히 못 팔게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자기 이익을 위해 6만명을 매년 죽음으로 몰고 있는 담배회사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국민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금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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