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급하게 한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다. 국정농단에 온 나라가 손을 놓고 거리로 뛰쳐 나오고 일선에서는 혼란의 장기전으로 파장이 심각해진다. 지지부진하던 성장곡선과 수출은 더 떨어지고 눈치 백단의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산업구조조정도 스톱되고 철도 파업으로 물류이동이 원활하지 못하여 공사가 지연되고 여기에 AI의 전염병까지 창궐하니 나라가 거의 심정지에 이르고 있음에도 아무도 이를 컨트롤 하지 못한다.

닫혀있는 정치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정치를 모르거나 아예 고개를 돌리고 살았다. 열린 정치,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였다면 오늘의 상황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선거철에만 각 정당이 훅 밀어 주는 특정의원들의 홍보 전략으로 자기 세력을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전공자, 지역의 관계자들이 해당 지역의 미래를 위한 모임, 정치 아카데미 등으로 정치를 배우고 참여하는 환경이 아쉽다. 정당 소속의 모임이나 아카데미도 좋지만 순수 지역발전이나 나라발전, 정치 탐구자들이 사욕 없이 순수한 배움이나 모임을 가지고 정치를 연구하고 이상적인 정책의 제안도 가능케 했다면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 의원이나 훅 밀어주는 의원들만의 세상은 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또한 동아줄이 존재하는 정치판이 아쉽다. 투명한 시스템으로 권력을 위한 비리나 검은 거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며 의원자리 하나를 로또처럼 바라보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의원만 되면 수년 안에 수억의 자산가가 되어 버리니 집안을 탈탈 털고 빚까지 지며 선거에 나가고 그렇게 나간 사람이 당선되면 눈에 불을 켜고 사재축적에 혈안이 되지 않겠는가. 나랏일은 다른 일과 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일자리로 전락하는 것이 안타깝다. 심지어 차기 대권의 자리를 품고 있는 사람마저 대선 밑작업으로 혼란을 조장하고 이용하고 있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진퇴양난의 현 국정에서 지휘시스템이 흔들리고 안팎의 상황은 점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촛불인가. 결국 국민을 위한 촛불이다. 우리 스스로가 안전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불합리함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바로잡음의 국민들의 열정이 이용당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거리에 나온 열정을 갖되 차가운 이성을 켜라는 말이다. 일찍이 노자는 지지소이불태(知止所以不殆)라 하여 멈출 데를 알고 멈추기에 위험하지 않다는 말을 하였다. 무턱대고 진격만 하는 촛불이 능사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권력과 영화를 꿈꾸는 아첨꾼들에 농락당하지 말고 의지를 전달하고 적법한 형태의 바로잡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정도(程度)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늦기 전에 온 나라가 절제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한다. 이대로 끝까지 열정을 발산하고 혼란에 혼란을 가중할 것인지 제자리에 돌아가 각자의 직무를 하면서 수습을 지켜볼 것인지 어느 것이 우리를 위한 일인지 생각을 해보자. 언론도 야당도 심정지 직전의 국가혼란사태에 제역할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특종과 인기와 야심에 너무 과한 몰이를 한 것은 아닌지 짚어보자. 위법한 상황은 법의 테두리에서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

눈앞에 이익을 위해 나라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중심을 잡아야 마땅할 사람들이 자기영리에 오히려 혼란의 중심에 서 있으니 패닉에 빠지는 것은 수순이 아닌가. 광화문으로 나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누가 온전한 일꾼인지 다시 바라보는 혜안을 가지고 멈출 데를 아는 이성을 깨워 살아가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혼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잘 살아가는 일이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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