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갑자기 떼를 쓰기 시작한다. 당황한 부모는 “자꾸 울면 장난감 안 사준다” 혹은 “저기 아저씨가 혼내러 올 거야”와 같이 아이를 협박하게 된다. 부모의 협박이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연령별 올바른 대화 방법을 알아보자.

협박은 본래 겁을 먹게끔 만들기 위함이다. 아이가 겁을 먹어서 부모의 말을 듣게끔 하고 조심하게끔 하려는 목적이지만, 불안 성향이 높은 일부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현실화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 내지는 공포 수준의 감정을 느낀다. 따라서 불안이 일상화되거나, 광범위해지거나, 혹은 심각해질 수 있다. 그 결과 각종 불안장애의 발병에 취약해지거나 혹은 걱정 많은 성격을 갖추기 쉽다. 또 한 가지는 부모의 협박을 그대로 배운다는 점이다. 나중에 자신보다 약한 친구 또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협박을 하곤 한다. 이른바 ‘갑질’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에 대한 반항, 분노, 적개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단계는 부모에 대한 무서움의 단계를 넘어서는 것이거나 혹은 무서움과 함께 동반될 수도 있다.

어떤 부모는 단순히 아이를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너 그러면 자꾸 경찰아저씨한테 데려가라고 할 거야” “망태할아버지한테 데려갈 거야” 같이 거짓말 섞인 협박을 한다. 부모는 이와 같은 거짓말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인지하지만, ‘망태할아버지’ 같은 무서운 존재나 ‘거짓말’이라는 요소가 문제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억력이 좋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속인 거짓말로 기억된다. 또한 현실과 비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36개월 이전 아이들은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즉 아이는 부모의 거짓말을 믿게 된다.

그리고 경찰이나 망태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무척 무서워하기 때문에 실제로 자신을 잡아가거나 또는 자신을 해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떤 아이는 이를 외상적인, 즉 트라우마 수준으로 받아들인다. 무서운 대상이 부모 외에 경찰, 망태할아버지, 귀신, 괴물 등으로 확장되어 늘 불안하고 겁이 많은 성격으로 자라나기 쉽다. 또한 시간이 지나 더 크면, 결국 부모의 말이 거짓말임을 인식하게 되어 자신이 속았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어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부모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다.

이제부터 부모는 다음과 같은 연령별 대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지금 현재 아이가 떼를 쓰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생후 24~36개월의 아이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나의 욕구와 상대방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기 위해 떼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금지가 단호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네가 아무리 떼를 써도 엄마는 들어줄 수 없어”라고 말해준다. 타협보다는 금지 또는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들어주거나 금지시키거나 둘 중 하나다.

생후 36~48개월의 아이는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음을 보다 더 분명하게 알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생기고, 약간의 배려도 보이며, 간단한 논리적 설명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아이에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엄마의 감정도 알려준다. “지금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몸이 더 아파질 것이야. 그리고 네가 떼를 쓰니까 엄마의 기분도 나빠져. 그러니 떼를 멈추고 네가 아프지 않을 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줄게.”

생후 48개월 이후의 아이에게는 타협의 능력이 생겨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도와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점차 발전한다. 따라서 아이와 타협하거나 혹은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네가 지금 떼를 멈춘다면 엄마가 내일 더 좋은 장난감을 사줄 것이야. 너도 화가 나 있는 것처럼 지금 엄마가 화나 있는 것을 알겠지? 그러니 집에 가서 화를 풀고 내일 기분 좋게 와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사자. 아니면 지금 장난감 대신에 엄마가 맛있는 초콜릿을 사 줄게.” 아이를 협박하지 않고 설득시킬 수 있어야 현명한 부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