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세워진 경찰 버스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찰들이 행진을 막기 위해 세운 경찰 버스 차벽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꽃 스티커가 가득 붙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지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첫눈이 내린 26일 광화문 광장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5차 촛불집회에 가수 양희은씨가 등장해 노래 ‘상록수’를 부르자 시민들이 ‘떼창’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정신없이 인파에 휩쓸려 어느새 시민 틈에 있던 기자도 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노래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한목소리로 ‘끝내 이기리라’는 부분의 가사를 유독 열창하는 시민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양희은씨는 “단지 대통령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무대에 선 이유를 말했다.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양파 껍질 까듯 계속 드러나는 각종 비리 의혹. 거기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연루돼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와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인내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러한 암담한 현실을 희망의 촛불로 밝히며 “끝내 이기리라”고 노래했다. 다섯 번째 집회까지 오는 동안 ‘평화시위’가 발현된 것은 시민들의 이러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나중에 자식에게 얘기해줄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보여주는 양상은 이전과 다르다. 이전에는 어떠했나. 1960년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승만 정권, 1987년 전두환 정권에 시민이 대항한 무기는 돌, 각목, 화염병이었다.

이승만 정권 시절, 총에 맞아 사망한 시민은 185명에 달하며 박종철 고문 사건, 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 등으로 일어난 6월 항쟁에도 각목과 쇠파이프가 등장했다. 이번엔 다르다. 각목과 쇠파이프가 아닌 LED 촛불과 꽃 스티커가 손에 들렸다. 춤과 노래, 해학과 풍자도 넘쳐났다.

이른바 ‘순실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문화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평화의 상징들이다. 멀고 막연했던 ‘평화’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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