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본집회가 끝난 후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LED 촛불, 스마트폰 촛불 광장 밝혀
소등행사 후 서울 130만명 2차 행진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박근혜를 뽑은 것을 참으로 후회하고 있어요. 어린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나라 꼴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26일 오후 5시 촛불집회에 참여한 김갑수(남, 68, 서울 성동구 성수동)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플래시 위에 약통을 잘라 끼워 손수 만든 등불을 들고 “그냥 내려왔으면 한다. 더 이상 그 자리 미련 두지 말고 얼른 내려오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첫눈과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광화문광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뒤덮었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외침은 청와대를 향해 울림으로 번졌다. 오전 내내 내렸던 눈이 그친 오후에는 참가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광화문 일대는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꺼지지 않는 촛불 팝니다.” 인도 곳곳에서 군밤, 김밥 등 음식은 물론 촛불, 장갑, 핫팩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의 호객 소리가 들렸다. 차도엔 자동차 대신 앳된 모습의 학생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부부, 동호회, 동창끼리 나온 시민들이 나와 자유로우면서도 질서 있는 시위를 이어갔다.

긴장감 대신 평화롭고 건전한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시민들의 손에 들린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LED 촛불, 스마트폰 촛불도 등장해 집회 장소를 밝혔다.

“박근혜~ 하야! 박근혜~ 하야!” 야구 동호회 20여명은 야구팀 유니폼을 입고 집회에 나와 응원가 가사를 개사해 불러 눈길을 끌었다.

한 동호회 회원은 “야구도 끝났으니 나와야죠. 역사적인 순간이잖아요. 나중에 내 자식에게도 얘기해줄 겁니다”라고 말하며 노래를 이어 불렀다. 오후 6시 본무대가 시작되고 시위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한순간 콘서트장으로 바뀌었다. 시민들도 몸을 좌우로 흔들고 ‘떼창’을 하며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다.

자유발언에서는 가족과 함께 무대에 오른 한 중학교 1학년생이 “박근혜 대통령이 저에게 큰 깨달음을 줬어요. 그것은 바로 사람이면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님 지금이라도 생각을 하세요. 이제 그만 내려오세요”라고 말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오후 8시 10분부터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 130만명이 2차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9개 방향으로 일제히 행진했다. 경찰은 경복궁 앞 율곡로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행진에 참가한 이상현(39, 남)씨는 “우리가 외치는 목소리가 청와대까지 들렸으면 한다. 춥고 조금 힘은 들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좀 생각을 하지 않겠나”라며 청와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편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약 9시 40분경 광화문 일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인원이 15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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