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리는 26일 오후 본행사에 앞서 사전행사로 행진이 진행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부터 2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부근에서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남녀노소’ 행진, 청와대 인간띠잇기 참여
靑 200m 앞 행진·집회 허용… 시간은 제한
본 행사 4시간 전부터 거리는 ‘인산인해’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대통령이 국민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할 계획입니다.”

눈이 내리는 영하 3도의 날씨에 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 권진현(47, 남)씨가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된 청와대 인간띠잇기(청와대 포위 행진) 행사 출정식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행진에는 집회 측 추산 35만명이 참석했다.

아이·임산부·청소년·직장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전국에서 ‘국민’이라는 한 이름으로 모여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경기도에서 혼자 집회에 참석한 김승수(21, 남)씨는 “‘민주시민’이라는 국민 한사람으로서 국민의 권리를 위해 광화문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출정식이 끝난 후 광화문광장부터 청와대에서 약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등 4개 경로로 청와대를 포위하는 형태의 행진을 진행했다.

주최 측이 청와대 인근을 행진할 수 있도록 경찰의 집회 조건통보 처분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낸 신청을 전날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청와대 포위 행진이 가능하게 됐다. 다만 행진은 오후 1시부터 5시 30분까지, 집회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시간 제한을 뒀다.

행진이 진행되면서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청와대 인근 200m 앞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든 채 진행자의 구령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특히 눈이 오는 와중에도 질서를 잃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영하의 날씨에도 현장의 혼란은 크지 않았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은 추운 날씨에 우비 혹은 우산과 두꺼운 점퍼, 휴대용 난로를 손에 쥐고 목도리와 장갑 등의 물품을 챙겨 질서 있게 집회에 참여했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황순복(56, 여)씨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고등학생들과 남녀노소 이렇게 온다는 것은 그만큼 답답한 국민들이 많다는 이야기”라며 “지방에서도 집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로 KTX가 매진인 상태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는 하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리는 26일 오후 본행사에 앞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한 이들은 일제히 “박근혜 구속”을 잇달아 외쳤다. 청와대에서도 충분히 들릴 수 있을 듯했다.

지인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진수현(28, 여)씨는 “온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혼자 버티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고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함에도 대통령이 누구를 위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건이 커지기 전에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고 해명해 달라고 했을 때 팩트는 빼버리고 자기변명만 늘어놓는 대통령을 보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집회를 위해 대구에서 상경했다는 이연정(24)씨도 “아직도 시위를 하면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크다”면서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까지 꿈은 있다. 희망은 있다. 이렇게 생각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박탈감과 상실감에 자포자기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이번 행진은 마무리 되는 순간까지 시민의식이 빛났다. 행진 이후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봉투를 가져와 다수의 시민이 스스로 쓰레기를 주우며 행진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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