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10만 여명에서 1만 여명으로 급감

(방콕=연합뉴스) 부정부패 혐의로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17일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촉구하며 이틀째 '혈액 시위'를 벌였다.

친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일명 레드 셔츠)은 16일 정부청사와 집권여당인 민주당 당사 주변에 UDD 회원들로부터 수혈받은 피를 뿌린 데 이어 이날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 자택 주변에서도 같은 시위를 벌였다.

이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소규모 시위대가 총리 자택 주변에 5ℓ들이 플라스틱병 6개 분량의 혈액을 작은 플라스틱 봉지에 담아 잇따라 투척, 벽과 지붕 및 바닥이 붉게 얼룩졌다.

이에 앞서 경찰이 총리 자택에 대한 시위대의 접근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대치 상태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협상 끝에 3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넘어들어가도록 허가를 받았다.

이날 시위대의 행진으로 방콕 주요 도로인 수쿰윗로 한쪽 방향이 통제되면서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됐으며,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

아파싯 총리는 시위가 시작됐을 때부터 방콕 북부 교외에 위치한 육군 본부에 머물고 있으며, 17일에는 분리주의 소요지역인 남부 지방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UDD측이 '혈액 시위'라는 극단적 시위 전략을 동원한 것은 지난 14일부터 시위대가 방콕 랏차담넌 거리에 집결, 의회해산을 요구했지만 정부 측이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UDD는 16일 오전 8시부터 약 30만㏄의 피를 시위대로부터 수혈받아 정부청사와 민주당 당사 주변에 피를 뿌렸으나 정부청사 등으로의 진입을 시도하지는 않아 군경과 시위대 간에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피를 섞었다"며 "아피싯 총리는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때 국민의 피 위에 앉아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UDD는 혈액 시위를 벌인 뒤 미국 대사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태국 부총리가 미국 정보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탁신이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부추겼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UDD 지도부는 혈액 시위를 이어가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태국 북부와 동북부 등 지방에서 올라온 시위 참가자들이 시위 장기화와 혈액 시위에 대한 혐오감 등으로 시위 대열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당국은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던 지난 14일에는 시위대 규모가 10만여명에 달했지만, 17일 현재 방콕에 남은 시위대는 1만여 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탁신 전 총리는 16일 밤 "반정부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시위 참가자들이 시위에 교대로 참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위대 규모가 줄어든 것이 전적으로 탁신 전 총리의 이같은 '교대 참가' 촉구에 따른 것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시위대 규모가 줄어들고 우려했던 충돌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집회장소인 랏차담넌 거리를 제외한 방콕 시내는 대체로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안보담당인 수텝 타웅수반 부총리는 "시위 참가자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방콕과 지방에서 잇따라 폭탄사고가 발생하는 등 불안 요소가 상존하는 만큼 시민들은 경계심을 늦추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경찰학자인 호라차이꿀 씨는 시위 지도부의 계획 부족으로 시위가 며칠 내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시위가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면 현 정부의 입지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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