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 박사/청운대 교수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서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여 적(敵)을 아는 군사정보(軍事情報)가 전승(戰勝)의 절대적으로 중요한 필수요소라는 명언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용간편(用間篇)에서는 군의 지휘부가 “정보활동비용을 아껴서 적정을 알지 못한다면 이는 가장 어리석은 일로써 이런 자는 장수가 될 수 없고, 왕을 보좌하는 역할도 못하고, 승리를 차지할 주인공도 되지 못한다”라고 군사정보의 핵심적 가치를 기록했다.

현대전에서도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참모활동은 ‘적 정보획득’이다. 적에 대한 정보 없이 전쟁을 한다는 것은 마치 눈을 감고 적과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전쟁의 결심에는 바로 ‘정보’라는 결정적인 동인(動因)이 작용하는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1832)’에서 ‘정보란 적과 적국에 관한 모든 종류의 첩보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계획과 작전에 기초가 된다’고 정의했다. 우리 군의 합동교범 2-0 ‘합동정보’에도 ‘정보는 적전계획과 준비, 실시에 기초가 되는 요소’라고 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이 협정체결에 대해 시중의 여론은 일부 극단적인 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할 것이다. 그 반대의견들 가운데는 한·일 GSOMIA가 ‘최순실 게이트’를 물타기 위한 꼼수라는 정치적 시비설이 있고, 또 이 협정이 유사시 한반도에서 제2의 6.25전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군사적 위협설도 나돌고 있다. 그리고 사드배치 결정에 이은 한·일 GSOMIA는 미국의 압박으로 체결한 것으로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서 신냉전체제를 형성한다는 안보정세 갈등설뿐만 아니라 한국군이 일본군에게 군사정보를 뺏기는 역조현상으로 무용지물이라는 무책임한 헛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 심지어는 21세기 한·일 GSOMIA를 1905년 을사조약에 빗대어 국군주의 혼령이 침범했다느니, 불행한 역사를 반복한 어리석은 일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군사안보적 전략전술’을 모르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 할 것이다. 일본군의 대북정보 획득능력은 우리 군보다 월등한 수준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미군의 고급정보를 제공받고 있지만 다다익선(多多益善)아닌가? 한·일 GSOMIA는 상호적인 정보교환협정이지 일방적인 요구제출협정이 아니다. 안보는 협력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진 우리 군은 결코 충분한 전투력의 군대가 아니다. 우리 군은 65만 병력으로 세계 군사력 제8위의 전투력을 보유한 정규군이지만 120만 북한이라는 세계 제4위 군사력의 적에게 상대적으로 열세다.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입장에서 취약한 ‘군사정보 획득능력’을 최단시간 내 보강해야만 하는 속사정이 있다. 대북 군사정보의 획득은 적의 기습으로부터 군을 보호할 수 있는 전쟁승리의 첫 단계이다. 더욱이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목전에 있는데 안보문제에 아직도 과거사적 시각으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시비하는 것은 벗어나야 할 ‘역사 트라우마’일지도. 일본이 이뻐서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가 더 소중해서 체결한 것을 알고나 반대했으면 한다. 일찍이 손자는 ‘병자궤도(兵者詭道)’라고도 했다. 이 말은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군사적 도덕률이다. 등소평은 ‘흑묘백묘(黑猫白猫)’라고도 했다. 안보는 그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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