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아이큐 160의 지적 조숙아 ‘루’는 발표 수업 주제로 노숙자를 택한 것을 계기로 파리 시내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소녀 ‘노’를 만난다. 더러운 옷을 입은 채 한 끼 식사를 위해 시내를 떠도는, 냉소로 가득한 소녀 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학교생활,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밤마다 몰래 혼자 우는 아버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천재 소녀 루.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두 소녀의 공통분모는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내던져진 세상에 의문점이 많다는 것이다. 소녀들은 닮은 만큼 조금씩 서로 마음을 열고, 조금 위험하고도 도발적인 실험을 시작하는데….

스무 살도 되지 않은 홈리스 여자아이라는 소재 또한 이목을 끈다. 자칫 신파나 지나친 감성으로 흐를 수 있는 이 소재를, 작가는 순수와 유머를 적절히 조화시켜 완성해냈다.

이 책은 프랑스 서점 직원 2천 명이 뽑은 ‘프랑스 서점대상’과 국제연합단체 로터리인터내셔널재단에서 수여하는 ‘로터리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작가는 비참한 현실을 직시할 뿐, 결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편들지 않는다. 그저 현재의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고 짚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담담한 서술이 되레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델핀 드 비강 지음 / 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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